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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Feb 17. 2021

두 개의 마음 한 개의 세상.

도시의 나, 도시의 비둘기



비둘기들은 도시의 틈바구니에서 참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사람이 만든 거대한 인공물들 사이사이에서, 비둘기들은 개체로 연약할지언정 절대 도시에서 밀리지 않는다.

‘도시’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비둘기로 생각이 이어진다.


공원에 앉아 나는 이 도시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던 중 어김없이 눈앞엔 비둘기가 보였다.


비둘기는 도시를 좋아하는 것 같다.

치열하게 먹고 배설하고 싸우고 번식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사람과 비둘기. 왠지 이 두 종은 대단히 닮지 않았나 싶다.


지나다닐 때마다 발 없는 비둘기를 항상 본다.

발 없는 비둘기들이 너무 많아서_비둘기가 살기에 도시는 너무 위험한 것들이 많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_ 한때 얘들은 몇 년 살면 발가락이 저절로 떨어지는 건가 하고 바보 같은 생각을 했었다.

생각할 때도 말도 안 되는 생각이란 걸 알았지만, 한두 마리도 아니고 저쪽이 훨씬 더 말이 안돼 보였기에 갸우뚱하면서 그렇게 생각한 날이 있다.

사람에게도 위험하듯 도시는 비둘기들이 살아가기에 많이 위험한 곳인 것이다.

공원 한가운데 모여있는 비둘기 무리를 보면서 언젠가 봤던 다큐가 떠올랐다.

다큐에 따르면 너무 늙거나 약하거나 장애가 있는 개체는 무리 안에 끼지 못한다고 했다.

찬찬히 보니 정말 무리 안에는 눈에 띄게 큰 한 두 마리를 제외하고 깃털 빛깔이며, 몸의 크기며 소리며, 비슷 비슷해 보이는 비둘기들이 무리 지어 구구구 거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비슷하지 않으면 무리 안에 낄 수 없는 것까지 사람과 비슷하지 않은가.

모르겠다. 비둘기 세계도 지랄 맞아 보인다.


무리를 이루는 다수가 소수를 제외시키기 때문에 소수는 더 약해지는 것이다.

체구가 작으면, 그래서 싸움에서 지고, 번식을 하지 못하면 ‘약한 것’일까.

지구 위 모든 유전자는 이겨야 하는 운명은 왜 때문인 걸까. 그것이 강한 것이고 강한 것의 역사가 진화일까.

모두가 아는 세상 위 법칙이지만, 우월한 유전자,생물만 살아남는 건 생각할 때마다 어쩐지 힘 빠지고 쓸쓸해진다.


하고 쓸쓸해진 시선으로 비둘기 무리를 바라보다 문득 궁금해졌다.

비둘기들은 길 위에서 도대체 뭘 저렇게 먹고 있는 걸까. 먼지, 모래, 흙 같은 거 말고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 앞다투어 끊임없이 보도 블록을 쪼아대니 말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사고가 아니라면 비둘기들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까.

주변에 비둘기가 이렇게나 많은데 한 번도 태어나고 죽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분명 보다 확실한 시스템이 있다는 증거 일것이다.


목 부분에 연보랏빛으로 빛나는 매끄러운 깃털을 보면서 쓰다듬어 보고 싶다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옛날에 새의 깃털을 펜으로 썼을 만큼 깃털은 한가닥 한가닥이 두껍다.

가끔가다 바닥에 한가닥씩 떨어져 있는 깃털을 발견할 때마다 한가닥이라 해도 저 굵은 게 저렇게 빠져버리면 몸에 무시할 수 없는 사이즈의 구멍이 생기는데 아닐까 걱정스러워 지곤한다.


서울에 살면서 제일 많이 보는 새는 비둘기, 참새, 까치, 까마귀 정도일 것이다.

가까이 있어 매일 본다는 건 이 새들이 쉽게 ‘새’의 기준이 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산이나, 평소 안 가던 지역에서 조금씩 다른 특징을 지닌 새를 발견하면 마치 엄청난 발견을 한 것같이 신기한 기분에 휩싸이곤 한다.


기왕 이렇게 가까이 사는 거 비둘기=개체수가 아니라,

움직이는 찰흙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걔들은 멍청하니까 라고 오만할게 아니라,

보호하려 한다거나, 억제하려 드는 등, 사람이 자꾸 뭘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네들이 바닥에서 뭘 먹는지, 할머니 비둘기는 어디로 가는지, 발가락이 왜 저렇게 많이 잘리는지.

그저 같이 궁금해하면 좋겠다. 그러면 우린 조금 덜 외로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강하고, 힘 있는 썸띵 만이 살아남는 지구에서_다름이나 약함같은것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건, 지구에서 딱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무엇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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