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더이야기
선아는 요즘 틴더를 자주 켰다. 마흔을 넘기고도 외로움은 더해져만 갔고, 연애라는 건 여전히 낯설고 두려웠다. 틴더에서 선아는 서른다섯 살. 실제 나이는 마흔 한살이다. 몇 년 젊게 보이는 외모덕에 거짓말은 잘 통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만난 사람이 시환이었다. 서른두 살이라는 그 남자는 매력적이었다. 젊음과 패기가 느껴지는 그의 말투와 행동에 선아는 잠시나마 설렜다. 하지만 선아는 시환과 함께 있을수록 점점 마음이 불편해졌다. 카페에서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알맹이 없이 겉돌기만 했다. 나이를 속인 선아는 시환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할 수도, 대화에 집중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와 진지하게 만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한편으로 모든 것이 덤덤했다. 카페에서 나와 둘은 술도 안 마시고 모텔로 향했다. 낮시간에 모텔로 가는 것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원초적인 욕구가 다른 복잡한 감정들을 덮어버렸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탐하며 순간의 쾌락에 빠졌다.
모텔을 나와 시환은 선아에게 맥주를 한 잔 하자고 했다. 선아는 잠깐 망설였지만 결국 승낙했다. 맥주집에서 앉아 둘은 이야기를 나눴다. 시환은 그제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의 부모는 이혼했고, 어머니는 그에게 집착하고 있었다. 시환은 하루에도 몇 번씩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고, 선아와 함께 있는 그 순간에도 어머니는 끊임없이 연락을 하며 그를 조종하려 했다.
선아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시환은 절대 진지하게 만날 수 없는 남자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맥주를 마시며 가볍게 웃고 떠들었지만, 선아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있었다.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선아는 계산을 마치고, 시환에게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면서 틴더앱에서 시환을 차단했다. 그게 끝이었다. 둘은 연락처도, 카톡 아이디도 모르는 사이였으니까.
시환은 집으로 돌아가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는 선아에게 마지막으로 잘 들어갔냐고 메시지를 보내려 했지만, 그의 틴더 아이디는 이미 차단된 상태였다. 시환은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느끼며 다시 틴더를 켰다. 그리고 이번엔 더 어린 여자들을 찾아 나섰다. 서른두 살이라는 거짓 나이를 걸고. 선아는 몰랐다. 시환도 자신의 나이를 속였음을. 시환의 실제 나이는 서른아홉 살이었다. 그는 선아의 실제 나이를 모르고, 그보다 네 살 어린 줄만 알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거짓말과 오해가 뒤섞인 채로 두 사람의 만남은 끝났다. 그러나 그 끝은 그저 또 다른 시작일 뿐이었다. 그들은 각자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계속 거짓말을 하고, 또 다른 사람과 어색한 대화를 나누고, 모텔로 향할 테니까. 그렇게 현실에 존재하지만 허구나 다름없는 관계 속에서 진실도, 마음도, 자기 자신도 잃어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