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개장과 장터 국밥, 전골과 찌개 참으로 구분 짓기 어렵다. 같으면서도 다르기는 한데 뭐가 정확히 다른지가 구분이 잘 안 되는 음식이다. 매운 소고기 국물에 무가 들어가면 국밥, 없으면 육개장 정도일까? 혹자는 대파가 육개장의 맛을 결정 짓는다고 하는데 대파를 많이 넣는 곳도 있고 적게 넣는 곳도 있으니 이 또한 애매하다. 예전에 장터에서 팔던 장국밥은 된장 베이스였다고 한다. 지금의 모습 하고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이게 서서히 육개장 스타일로 바뀌게 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그러면서 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으로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소고기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 개장국 이야기를 한다. 조선 시대 우금령을 빗대 소고기를 먹지 못하던 조선 시대를 언급한다. 조선 시대의 생활환경사를 서술한 푸른역사의 <조선의 생태환경사>를 보면 숙종 시절, 하루 1,000마리를 도축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금령은 너무 많이 잡아먹으니 적당히 잡아먹으라는 명령 정도로 취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러한 환경이라면 더는 개장국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제는 의미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또한 조선 시대에 우시장이 없던 동네는 없었다. 현대의 방송에서 또는 기사에서 우시장이 있어 전국에서 제일 어쩌고저쩌고 하는 이야기는 이제 빼자. 옛날에 지금처럼 차가 있고, 핸드폰이 있어 시제를 바로 알 수 있으면 이동하겠지만 사는 근처 우시장에서 사고 팔고 했던 것이 소였다.
또 떠나 보자 매운 국밥 또는 육개장을 먹으러 말이다.
함안
함안 읍내에서 떨어진 함안역 근처에 국밥 거리가 있다. 말로는 국밥 거리라고는 하나 서너 집 모여 있는 정도다. 지방의 읍내 중심도 아닌 조금 떨어진 지역이지만 그래도 오후에 가면 그날 팔 것이 떨어지는 경우를 만나기도 하는 곳이 여기다. 오일장 취재차 오후에 국밥 한 그릇 먹으러 갔다가 만난 ‘sold out’. 잠시 멍해졌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다음날 열자마자 달려가니 이미 사람들이 많다. 연달아 두 곳에서 식사를 해봤다. 왜 그런 거, 어디가 더 원조지? 더 맛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먹었던 기억이다. 두 곳의 차이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두 곳 모두 고기양이 충분히 많았다. 매콤함의 정도 차이 정도. 그러니 줄 적게 있는 쪽을 이용해 보자. 사람 심리가 줄이 긴 쪽에서 눈길이 가는 게 인지상정. 매몰차게 마음 가는 쪽 말고 현실에서 줄이 짧은 쪽으로 가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창녕/ 횡성
수구레는 소가죽 밑에 있는 지방이 있는 조직이다. 이것을 끓인 것을 수구레국밥이라 한다. 가죽 밑에 조직인지라 지방과 살이 아닌 조직이 푹 삶았을 때의 식감이 꽤 먹을 만하다. 내장과 지방을 합쳐 놓은 맛? 정도. 내장보다는 부드럽고 지방보다는 단단한 둘 사이의 어디쯤의 식감이다. 콜라겐이 많은 조직으로 국밥 재료로 고기만큼 좋다. 창녕 시내. 특히 시장 주변에 식당이 몰려 있다. 1박 2일에 나온 이후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다.
따로 창녕 말고도 수구레국밥을 맛있게 먹은 곳이 횡성이다. 횡성 국도변의 수구레국밥 또한 오다가다 한 그릇 하기 좋다.
의령
장터국밥이 대세인 동네다. 국밥이라고 하지만 대구 육개장하고 무슨 차이가 있는지 참으로 구분하기 힘들다. 이름이 나 있는 세 군데 국밥의 맛을 보면 별반 차이가 없다. 고기의 양이 삶기의 정도가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세 군데 식당에서 먹어 보니 장터 주변의 식당이 고기양이나 맛이 낫다.
대구
육개장이라고 하는데 국밥하고 구별하기 힘들었다. 서울에서는 찢은 고기가 올라오는 것에 비해 깍둑깍둑 썰기 한 고기가 올라오는 정도? 육개장이 대구에서 시장했다는 썰이 있다. 최남선의 기록에 의한다고 한다. 육개장 이야기를 하면 개장국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영남일보 기사를 보더라도 작자 미상의 글을 인용해 개장국을 이야기한다. 대충 내용은 사돈이 오면 개를 잡아서 장국을 끓이는데.. 개가 귀해지자 생겨난 것이 육개장이라는 내용이다. 소가 귀했을까? 개가 더 귀했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드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각설하고 대구 육개장은 한 그릇 하기 딱 좋은, 얼큰한 맛이 좋다.
동해
소머리국밥인데 얼큰한 스타일이다. 일반 맑은 소머리국밥 생각하면 안 된다. 소머리 고기가 없다면 육개장이라고 착각할 정도다. 얼큰한 맛에 구수한 소고기 국물의 조화가 좋다. 소머리 고기를 풍부하게 넣어 주는 오일장 스타일의 국밥이다. 동해 북평장이 열리는 중간에 있다. 3. 8장인 동해 북평장은 전국에서 손꼽는 오일장이다. 특히 동해산 생선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장터로 가장 재미있는 장터다. 장터 구경도 하고 국밥 먹는 것을 추천한다.
양구
양구 읍내에 있는 육개장 전문점이다. 건더기가 상상 이상으로 많이 들어가 있다. 메뉴는 두 가지다. 육개장과 제육볶음이다. 육개장 한 놈만 제대로 패는 식당이다. 메뉴가 단출할수록 음식의 공력이 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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