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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도리탕 맛나게 만드는 비법

30년 차 식품 MD의 레시피

by 김진영 Feb 09. 2025

나는 닭도리탕 할 때 고추장을 잘 쓰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불현듯 된장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 했더만 맛이 좋았다. 그 이후로는 거의 된장만 쓴다. 된장은 된장만 쓴다. 혼용하는 대기업 된장소스는 사용하지 않는다. 여기서 된장 소스는 된장이라는 이름으로 파는 대두단백으로만 만든 것을 말한다. 콩기름 짜고 남은 것에다 균을 접종해서 보름 남짓 발효한 다음 이거저거 넣어서 만든 소스는 된장이 아니라 된장 소스라 부른다.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내가 그리 부른다. 

된장 : 콩, 물, 소금으로만 만든

된장소스 : 수입콩, 소맥분, 소금, 보존료, 향미증진제(MSG). 주정 넣고 만든 것.

브런치 글 이미지 1

된장으로 끓이면 더 깊은 맛이 난다. 특히 잘 묵은 장을 쓸수록 맛은 깊어진다. 장의 숙성시간에 비례해 맛이 좋아진다. 전통장류는 대기업 장이 흉내 낼 수 없는 맛이 있다. 그것은 어떤 과학으로도 흉내 내기 어렵다. 시간이 쌓이고 쌓여 만드는 맛은 과학은 만들어낼 수 없다.


레시피를 이야기하자면  

물을 끓인다.

따로 닭을 씻긴 씻는데 핏물 빼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핏물 뺄 때 수용성 아미노산도 같이 빠진다. 즉 닭 맛이 빠진다. 이는 잡내 제거한다고 한 번 끓이고 다시 끓이는 것보다는 덜 어리석지만, 어리석음에 덜과 더는 의미가 없지 않나? 잡내 나는 고기는 없다. 잡내 나는 고기는 어찌해도 난다. 동남아처럼 진한 향신료로 가리면 몰라도 말이다. 현대의 도계시설과 콜드체인에서는 냄새나는 닭은 더는 없다. 쌍팔년도 옛날 레시피 이제는 좀 버리자.


2. 닭을 넣는다.

토막 낸 닭을 끓는 물에 넣는다. 하나씩 넣기 시작하면 핏물이 나오기 전에 응고가 된다. 핏물 또한 단백질이 주 성분. 열에 의해 굳는다. 핏물 빼고 해서 찬물에 넣고 끓이면 온도가 올라가기 전에 핏물이나 수용성 아미노산이 살에서 빠져나온다. 우린 그것을 이물질이라고 버린다. 맛도 버린다.


3. 감자나 있는 재료를 넣는다.

굳이 모든 것을 다 갖출 필요는 없다. 감자가 있으면 감자만 넣어도 된다. 닭도리탕의 주인공은 채소가 아닌 닭임을 잊는다. 시장볼 때 안 사도 된다. 굳이 잘 먹지도 않는 채소를 레시피에 있다고 굳이 넣을 필요는 없다. 안 넣으면 맛이 안 나지 않을까 싶지만, 생략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지녀야 비로소 요알못에서 벗어난다. 만일 채소가 하나도 없다?

닭만 넣고 끓여도 된다.


3. 된장을 넣는다. 이건 적어도 2년 이상 숙성한 된장이어야 한다. 대기업 제품도 냉장고에 넣고 숙성하면 비슷하지 않을까 하겠지만 같은 탄소여도 연필심이 다이아몬드로 변하는 확률만큼 어렵다. 시작이 다르니 맛이 다르다.


4. 고춧가루와 마늘 다진 것을 넣는다.

이건.. 뭐 설명이 필요할까 싶다. 설탕도 사진의 된장 정도만 넣으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간장 조금과 멸치액젓을 넣는다. 멸치액젓은 MSG 대신이다. 멸치액젓의 주성분은 미원이나 미풍처럼 글루탐산과 헥산 성분이 많다. 멸치액젓에는 글루탐산은 있어도 모노소디움글루탐산은 없다(MSG). MSG을 안 쓰는 입장에서 멸치액젓의 유무는 맛에 있어 차이가 좀 난다. 만일 여기에 티스푼 반의반 정도 MSG을 넣는다면 맛은 극락으로 갈 것이다. 하지만 맛은 중독성이 있어 다음에는 반의반을 넣을 것이다. 담배와 같다. 덜 핀다는 것이 아니라 아예 피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5. 다 넣고 한 시간 끓이면 된다.


이게 내 비법은 아니다. 방법일 뿐이고 진짜 비법은 이제부터다.

수많은 레시피가 있어도 정작 주인공이 닭의 맛에 대해선 아무도 이야기하는 이가 없다. 있을 수 있겠지만, 검색 순위에서 한창 밀려 있어 그런지 찾기가 쉽지 않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내 비법은

맛있는 닭을 사용하는 것이다.

맛있는 닭은 어떤 닭이 맛있는 닭인가는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30년 차 식품 MD의 맛있는 닭은 토종닭이다.

토종닭도 종류가 있다.

하림이나 체리부로, 농협에서 나오는 개량형 토종닭이 있는 반면에

제주의 애월아빠들이 생산하는 제주 재래닭

이천의 박대환씨가 생산하는 청리 토종닭이 있다.

제주 애월 아빠들 기준으로, 왜냐면 인터넷에서 살 수 있기에 기준으로 삼는다.

제주 재래닭이 맛의 수치가 10이다.

기준이 있으면 아래와 위가 있다.

제주 재래닭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이 청리닭이다. 이 녀석의 식감상으로는 하나 더 위인 11 정도다.

그렇다면 나머진

개량형 토종닭은 4~5 정도다.

흔히 먹고 있는 닭은 잘 해야 3, 아니면 그 이하다.


토종닭은 더디 자란다. 도계 중량 1kg 정도 자라는 데 필요한 시간은 6개월 이상이다.

개량형은 2~3달이면 된다.

육계는 1달 남짓이면 가능하다. 우리가 주로 먹고 있는 닭이 한 달 남짓 사육한 것이다.


보통은 쿠팡에서 개량형 토종닭을 만 원 내외에서 사서 닭도리탕을 끓인다. 토종닭 유전자를 품고 있어서 쫄깃한 맛이 있고 씹을수록 살에서 내주는 맛이 있다. 육계는 살에서 내주는 맛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레시피가 중요해진다. 닭의 맛이 맹하니 양념이 중요해진다. 반면에 토종닭은 살에서 맛이 나오니 레시피는 보조만 할 뿐이다. 이 차이가 크다. 내 비법은 이거다. 맛있는 닭으로 한다는 것이다.


쿠팡이나 네이버, 컬리에서 채소 살 생각하지 말고 토종닭만 사서 끓여보면 지금까지 지껄인 이야기가 귀에 쏙 들어올 것이다. 개량형 토종닭 한 마리에 만 원 내외다. 나 같은 경우는 주로 할인하는 녀석을 산다. 어떤 브랜드든 맛ㅇ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 그냥 사는 시점에서 저렴한 것 산다. 육계는 보통 6천 원 내외다. 한 마리에 채소 이거저거 사면 토종닭 한 마리 가격을 훌쩍 넘긴다. 채소는 대충 사고 차라리 토종닭을 사는 게 닭도리탕 맛있게 만드는 비법이다.

누구나 비슷한 레시피의 닭도리탕 비법을 이야기한다.

내 비법은 누구와 다른 이야기를 한다. 닭이 맛있으면 닭도리탕도 맛있다. 내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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