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룬 Dec 19. 2021

첫첫눈

이 동네의 제설법



눈이 쏟아진다.

이 집에 이사해서 보는 첫눈이다.

그러니까 처음 오는 첫눈, 첫첫눈이다.


마침 놀러 온 아이 친구와 아이는 하던 보드게임을 그대로 두고 뛰쳐나가 손을 뻗어 눈을 받는다. 그리고 셀카를 찍는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달님이는 보드게임판을 차지해 자릴 잡고 아이들을 바라본다.

달님이에게도 첫첫눈


아낌없이 쏟아진 함박눈이 두껍게 쌓이니 아이들은 신이 났다.

신이 나는 건 발명가 아저씨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몇 번 그 집을 지나가다 보니 차고는 장비로 가득이었고 제주 쇠소깍에서 본 듯한 투명 카약 같은 것 만들고 계셨다. 나는 아직 인사도 못 나눈 그분을 '발명가 아저씨'로 부른다. 그분이  V자 모양의 제설장비를 만드신 것을 그 맞은편 사시는 분이 자신의 차에 메달고 동네를 도는 것이다. 생전 처음 해보는 제설이 이 분들 덕에 수월했다.

이럴 때 쓰려고 벽난로를 설치한 거지.

눈놀이하다 들어온 아이들이 몸을 녹이기 딱 좋다.

젖은 외투와 장갑도 난로 앞에 깔아 말렸다.

거실 전체가 노곤노곤 해진다.



눈이 그치고 구름 사이로 빛이 내려온다. 바다가 보이는 집이라 좋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보니 바다 뷰보다 더 좋은 게 구름 뷰다.


친구가 가버려서 서운한 아이와 눈오리를 더 만들고 썰매를 끌어줬다. 그러다 석양이 참 예쁘다 감탄을 했다. 사진을 찍고 뒤돌아보니, 달이 참 동그랗고 크고 가깝다.

아늑한 거실에 들어와 설경이 섞인 석양을 바라보는 호사를 누렸다. 진정으로 호사스럽다.


작가의 이전글 마크로비오틱 식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