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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룬 Dec 27. 2021

습관을 살피는 채식

가공식품은 맛있고 말고


식을 하면 건강해질까?

무조건 그렇다고 할 수 없다.

건강을 위한다면 되도록 사람 손이 덜 간 음식이어야 하는데 채식 가공식품도 많으니까 말이다.


채식 가공식품은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전통'의 가공식품 중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꽈배기가 있겠다. 백밀가루와 gmo 옥수수 가루로 반죽을 만들어 역시 gmo산화기름에 퐁당 담가 튀겨 나온 그 바삭쫄깃한 맛. 다 알면서도 맛있다. '걱정하는 게 더 나빠. 기왕 먹는 거 기쁜 마음으로 먹으면 약 되는 거야.'라는 최면과 함께 먹는다. 오늘도 먹었다.

전통이 아닌 '신상' 가공식품도 어마어마하게 다양하고 많아지고 있는데, 대체육이 대표적이겠다. 고기의 색과 질감을 내자니 셀 수 없이 많은 재료를 요리조리 배합해서 만들어야겠지. 신상 중에도 내가 애용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언리미트 대체육 시리즈다. 슬라이스, 민스, 풀드바베큐 등등, 고기 맛은 다 양념 맛일 뿐이라고 진짜 고기에게 일격을 가하고도 남는 맛이다. 파스타, 샌드위치, 김밥 등등이 이것 하나로 업그레이드가 된다.


비건도 특별한 날 케이크를 먹어줘야 한다.

크리스마스라고 비건 케이크를 주문했다. 첫 입에 일반 케이크처럼 보드라운 느낌에 깜짝 놀랐다. 시트는 퐁신하고 크림은 부드럽다. 이브에 먹고 남긴 것을 다음 날 마저 먹었다. 그리고 탈이 났다. 맛만 비슷한 게 아니라 몸에 나타나는 효과도 비슷할 줄이야.

사르르 녹는 크림과 퐁신한 시트, 딸기 한팩이 다 들어간 딸기초코케이크.


그래서 이 글은 비건 가공식품을 옹호하는 글인가 까는 글인가. 비건 가공식품에는 둘 중 하나의 태도만을 고수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그저 가공식품도 조금 먹으며 속세의 혀를 대략 달래가면서도 건강히 먹고 사는 이야기나 하려고 한다.


비건식은 느낄 줄 아는 살아있는 존재를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식습관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건강에는 소홀할 수도 있다.

나의 건강과 동물, 환경을 모두 챙길 수 있는 교집합이 되는 식습관은 '자연식물식'이다. 가공식품을 배제하고 과한 조리도 배제한다.

이것은 '마크로비오틱'식습관과도 많은 부분 일치하는 것 같다. 자연식물이 서양에서 처음 만들어진 개념이라 우리의 식단과 비교해 생소할 수 있는데, 마크로비오틱은 일본에서 시작된 것이라 큰 거부감 없이 기존의 조리습관에서 덜하고 빼고 정도의 수정만 하면 된다.


무슨 무슨 식단이나 식습관이라는 것이 유행처럼 들리기도 하고 복잡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식습관이라는 말에서 '식'이 아니라 '습관'에 밑줄을 그어 봐야 한다.

밥상에 가족들이 좋아하는 맵고 짠 김치찜 하나 넣었다고 망하는 것도 아니고, 고기반찬 찾는 아이를 위해 삼겹살 한 접시 구워 올렸대도 망쳤다 여길 필요는 없다.

다만, 그것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살필 필요가 있다. '습관'이 되지 않으면 가끔 먹는 가공식품이나 육식이 내 몸에 어떤 변화를 남기는지 살필 수 있다.

반대로 습관이 되면, 몸은 계속 신호를 보내도 무엇 때문인지 가릴 수가 없게 된다. 예전에 밥만 먹으면 부글거리는 배를 당연히 여기고 살던 나처럼 말이다. 그런 습관이라면 몸의 반응을 살필 줄 아는 능력 하나는 없어지는 것이다. 원래 누구나 가진 그 능력을 말이다.


크리스마스가 이틀이 지나고도 더부룩함이 남아있다. 오늘 저녁으로 오분도미와 된장국을 끓였지만 나는 구운 버섯만 조금 먹었다. 몸이 그렇게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몸을 살피는 기민함이 생겼더라도 때에 따라 무뎌지는 날도 있다. '디톡스'나 '단식'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몸을 살피고 정도에 따라 덜먹거나 먹기를 쉬거나 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그리고 기준이 되는 나의 식습관으로 돌아간다. 그러다 또 어느 날 혀에 끌리는 음식을 먹고, 탈 나고, 알아차리고, 쉬고.. 하는 것이 다만 가끔이도록, 루틴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지. 기본 식습관에서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거기 어디쯤에서만 머물러보자.



시어머니 오신 날, 옛날 엄마밥상 같기도 하다.쪽파와 버섯 숙회를 잘 드셨다.
겨울엔 토란국, 손님 오시면 오분도미로.
뿌리채소 구이, 케이크보다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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