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밴드

by 허니베리



남편과 대화를 나누던 중,

남편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화가 났다.


자기 때문에 화딱지가 난다, 정말.

나도 모르게 거친 말이 툭 튀어나왔다.

아차, 아이가 옆에 있지!

당황하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데,

아들이 먼저 입을 뗐다.



엄마가 아빠 때문에 화나서 상처가 생겼나 보네.
딱지라는 게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굳어져 생기는 거잖아.

“아니, 그게 말이야...”



그래도 화딱지가 생겨서 다행이다.
딱지는 천연밴드래.
상처 부위가 감염되는 것을 보호하고,
다시 다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지.


아.... 집안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졌다.


아들의 말에 남편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때로 상처를 주고받지만 딱지와 함께 면역력도 생기고,

외부에서 받아온 상처에 대해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밴드가 되어주기도 한다.

우리 가족이 여태까지 잘 지내온 이유는

상처가 없어서가 아니라,

관계 속에 자연 치유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아들 앞에서 말조심은 하자고 굳게 굳게 다짐한다.)









이미지 출처: Freepik(작가 pch.v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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