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훤이 탄생한 금하굴
서양과 동양의 탄생신화를 보면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서양에서는 아름답고 우아하게 표현되는 반면 고대국가를 건국한 사람의 신화는 알에서 나오고 굴에서 태어나고 어떤 동물(신성한)과의 짝짓기를 통해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탄생신화를 만드는 것은 그들이 하늘에서 선정된 사람이며 국가를 세울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을 신화를 통해 정당성이 부여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견훤의 탄생신화가 내려오는 곳은 문경의 한적한 곳에 자리한 금하굴이다. 점성술에 따르면 사람의 운명은 그가 태어날 때 어느 행성이 어느 별자리에 들어 있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수천 년 전부터 행성의 움직임이 국왕과 왕조와 제국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한반도에 자리한 수많은 국가들도 하늘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사람의 출현을 예상하기도 하고 망국을 예상하기도 했다.
처녀 방에 이목이 수려한 초립둥이 나타나서 처녀와 정담을 나누다가 동침까지 하고는 새벽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또다시 밤이면 나타나고 하기를 수개월에 처녀는 잉태하여 배가 불러오게 되니 하는 수 없이 처녀는 부모에게 이 사실을 실토하게 되었다고 한다. 후에 날이 완전히 밝기를 기다렸다가 실오리를 따라 계속 가보니 굴(금하굴) 속으로 사라져서 그 굴속까지 들어가 보니 커다란 지렁이가 있는데 그 지렁이 몸에 실이 감기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곳에서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견훤이 문경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저 앞에 보이는 작은 굴이 금하굴이다. 세월이 흘러 10개월이 지난 후에 옥동자를 출산하였는데 그가 후백재를 건국한 견훤이라고 한다. 옥동자가 태어난 후부터 금하굴 속에서 풍악이 울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이 풍악 소리는 수백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울려 나와 구경꾼이 쇄도하여 그들로 인하여 마을에 피해가 발생하여 동민들은 이 금하굴을 메워버렸다고 전한다.
그렇지만 금하굴이 메워지고 자꾸 불상사가 생기자 다시 금하굴을 원형대로 복구하였다고 한다.
금하굴 옆에는 정자가 있다. 수풀이 가득하게 자라난 이 곳 정자로 들어가 본다.
이곳 정자의 이름은 효심이 스며들어 있는 곳이다. 금하정은 작은 마루를 두고 양쪽에 방 두 개가 이웃해 있다. 견훤이 태어났다는 전설이 있는 금하굴과 그 옆에 자리한 오래되어 보이는 정자 금하정의 묘한 공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오래된 시간만이 소리 없이 이곳을 흐르고 있었다.
견훤의 흔적은 봉암사에서도 발견된다. 신라를 공격해 경애왕을 죽이고 경순왕을 추대한 견훤은 이후 경순왕이 고려 쪽으로 기울자 다시 신라를 침략했다. 이때 경순왕이 피신한 곳이 봉암사였는데, 지금까지도 경순왕의 여정이 마을 이름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