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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0. 2019

통영의 화가

통영 전혁림 미술관

통영의 작가 하면 박경리가 생각나고 통영의 화가라고 하면 전혁림이 생각난다. 한국의 화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던 전혁림의 생가가 있는 통영 봉평동에는 2003년에 전혁림미술관이 세워져 작품 100여 점이 상설 전시 중이다. 그의 화풍은 추상이다. 특히 그의 작품들을 보면 한국 전통의 오방색과 바닷빛의 푸른색을 많이 사용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전혁림미술관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개관하며 월~화요일에는 휴관이다. 작품들을 보면 어떤 의미에서는 시리즈를 지향한 것처럼 보인다. 시리즈 안에서는 통합된 개념이나 이야기가 개별 에피소드들을 하나로 묶는다. 전혁림미술관의 이곳은 30여 년간 생활하던 사택을 허물고 바다의 길을 안내하는 등대와 전통사찰의 중요 요소인 탑의 형상을 접목하여 신축하였다고 한다. 

전혁림은 왜 추상으로 흘러가게 되었을까. 추상화는 재현과 모방이라는 굴레에서 현대 화가들을 해방시켰고 사물의 외면을 본뜨는 것보다 더 심도 깊은 리얼리티를 제시함으로써 표현 영역의 지평을 넓히게 된다. 

1916년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나 1933년 통영수산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1938년 재야 전인 부산 미술전에 처음 출품하여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반세기에 걸친 화력을 통해 추상과 구상의 경계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앞서 말한 추상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예술가들은 추상화를 반 신비주의 혹은 철학에 근거하여 작업했고 구상회화처럼 단순한 외양을 복제하기보다는 사물의 정수를 담아 소통하는 수단으로 여겼다. 


"색상의 하모니는 인간의 영혼에 휴식을 안겨줄 수 있도록 연주되어야 한다." - 칸딘스키

모든 분야의 예술가들은 그들만의 독특함을 가지게 된다. 특히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할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면 고립된 천재, 반항아, 보헤미안, 외톨이라는 역할을 자신도 모르게 부여받게 된다. 굳이 주류 사회를 대변하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내부의 진실을 표현하게 된다. 

경남에 폭염경보가 내려서 그런지 몰라도 무척이나 덥다. 아이도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흥미로운지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색채의 마술사’ 또는 ‘바다의 화가’, 한국의 피카소‘로 불려지기도 했다는 전혁림 화백은 우리 고유의 색채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조명한 색채화가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다른 곳을 돌아다니다가 보면 민화를 만날 때가 있고 글을 쓸 때도 있다. 민화에는 다양한 색이 표현된다. 전혁림 역시 우리 민화의 가치를 부르짖었던 사람이다. 특히 민화에서 화면 구성법이나 색채 사용, 시대정신 등을 배워 색동저고리 같고 단청 같은 오방색이 등장하는 풍물도연작을 그렸는데 그것은 서양화의 시리즈와 유사하다. 

자신만의 공간조차 독특하게 지은 것을 보면 그는 세간의 평가에 개의치 않고 외길을 걸어갔다는 것이 사실인 모양이다.  2005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의 전시를 관람하고 가로 7 m×세로 2.8m의 초대형 그림 ‘통영항’을 구입, 청와대 인왕 홀에 전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자신만의 길을 걸었던 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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