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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4. 2020

고개 넘기

문경의 관문으로 넘어가는 길

산의 정상이 어딘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면 힘들어도 버틸 수가 있다. 그러나 앞에 있는 산에 가려서 뒤에 있는 더 높은 산이 보이지 않다가 다시 올라갈 산이 보이면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이제 코로나 19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로 확산되어 모든 국가가 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가 같이 발을 하나씩 다른 나라에 묶고 동반 달리기를 하고 있다. 

에베레스트 같은 최고봉을 오르는 등산가들이 가장 많이 사고를 당하는 것은 올라갈 때가 아니라 올라갈 때 모든 힘을 쓰고 나서 내려올 때라고 한다. 최근의 코로나 19의 고개 넘기에서 고민해야 될 부분은 바로 그것이다. 고개를 넘었다고 하더라도 내리막길에서 쓸 힘이 없다면 버티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지역을 갈 때는 보통 짧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경새재는 바로 그런 길목에 자리하고 있었고 새도 넘어가기 힘들다는 그런 길이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문경새재를 넘어갔을까. 어떤 사람은 과거에 합격해서 다시 돌아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쓴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돌아갔을 것이다.  

고개 넘기를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은 바로 문경새재다. 우리 민족의 애환이 담긴 아리랑 노래가 적혀 있는 아리랑 비림 공원도 이곳에 만들어져 있다. 일만 수의 아리랑 기록을 기념하고 아리랑 비림의 시발점으로 삼고자 국민 누구나 즐겨 부르는 대표 아리랑이 비석으로 설치되어 있는 곳이다. 

아리랑이 우리 민족에게 힘을 주었던 것처럼 최근 고개 넘기를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도 조상들의 애환이 오롯이 스며든 아리랑을 함께했으면 좋을 시간이다. 


저 앞에 보이는 문경의 진산(鎭山)이기도 한 주흘산은 ‘우두머리 의연한 산’이란 한자 뜻 그대로 문경새재의 주산이다.  영남(嶺南) 지방이라 할 때 영남이란 충청도와 경상도를 나누는 조령(鳥嶺)을 기준으로 영(嶺)의 남쪽에 있다 하여 영남이라 불렀으며 교남(嶠南)이란 중악(中嶽)인 주흘산 남쪽의 지방을 일컬어 교남이라 불렀다. 지인 역시 멋지다고 했던 고모산성의 아래로 펼쳐지는 곳을 진남교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길의 백미(白眉)이자 한국의 차마고도로 일컬을 수 있는 ‘토끼비리(명승 제31호)’, 영남대로 상의 허브 역할을 담당했던 유곡역이 문경에 있다. 문경새재는 조선 팔도 고갯길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우리나라의 대표적 고개이고, 하늘재는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고갯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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