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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2. 2023

그래서 당신

평생에 걸쳐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

내가 나이길 거부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게 될까. 세상의 풍파에 휩쓸리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좌지우지 되지 않으려는 삶을 살려고 해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내면의 충돌과 치열함의 연속이 이어졌다. 개인이 다른 사람의 생각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그것은 한시적인 변화에 불과하다. 그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일까.      


사람도 생명체인 이상 언제나 특정 맥락 속에서 발달하여 생존하며 번식하게된 생물은 보통 자신이 발달한 맥락과 같은 맥락 속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된다. 부모의 DNA와 더불어 부모와 발달한 환경도 물려받았으니 자녀도 부모가 생존하는데 도움이 된 특징들을 발달시키고 같은 방식으로 생존한다.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면서 살아간다. 혹시 외톨이가 되지 않을까라던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소외시킬까 봐 두려워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 다움을 잃어가게 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알프레드 아들러의 이야기가 담긴 '미움받을 용기'는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 다움을 찾기 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전 세계에 있는 7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태어난다. 생긴 모습이 똑같은 쌍둥이라고 할지라도 걸어가는 길은 모두 다르다.      


자기계발서는 본질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경제적으로 혹은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누군가의 계발서는 어떤 관점에서 보면 독자에게는 아무런 의미조차 없을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주로 사회에서 경제적인 성공을 이룬)의 자기 계발서가 꾸준하게 나오고 있고 지금도 누군가는 쓰고 있다. 계발서들의 최종 목적은 대부분 동일하다. 금전적으로 성공을 이루고 어떤 위치까지 올라가기 위한 과정에 습관을 덧칠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아침형 인간, 성공하는 사람들의 몇 가지 습관, 만나야 되는 사람들, 멘토, 멘티 등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어서 솔깃하게 만든다.      


서점에 진열되는 자기계발서는 저자 다움을 적어놓은 책이다. 당신 다움이 아닌 저자 다움이 책이 곳곳에 묻어 있으며 그들만의 방식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그걸 읽고 당신 다움을 만들 수 있을까. 자기계발서를 읽다 보면 아하! 그렇구나! 이렇게 살면 되겠어! 나도 성공할 수 있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가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나면 여전히 책에서 지적한 습관은 변하지 않았고 그들이 말하는 대화의 기술도 체득하지 못했을뿐더러 원하는 인생의 길을 걸어가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의 삶은 이 세상에 있는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소질이나 삶의 방향과 가치관 모두 다른 것이 당연하다. 우리는 책에서 나온 것처럼 Copy & Paste가 가능한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적인 존재다. 사회적인 존재인 인간의 관찰과 모방은 새로운 세대의 개인이 조상과 유사한 특징을 획득하는 방법중 하나다.      


학창시절 때 배웠던 역사는 단순히 시험을 보기 위한 재미없는 정보의 나열을 외우는 과정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역사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무의미하다고 여겼던 전 시대가 나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과 세상을 꿰는 원리는 오직 하나에 있음을 고전에서 볼 수가 있다. 인간과 식물, 동물은 모두 살아 있는 존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인간의 본성을 분석하고 도덕적인 삶을 탐구하면서 인간성을 본질을 써 내려갔다. 인간은 약하면서 강하고 위대하면서 동시에 비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평생을 발버둥치면서 살아간다. 앞과 뒤를 살펴보면 모순이다.      


동물이나 식물은 환경이 비참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오직 인간만이 비참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자신이 약한 것을 알고 있기에 그걸 극복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 인생을 살면서 사람들은 수많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여기서 생각하는 사람과 생각하지 않는 사람과의 차이가 벌어진다. 고민거리를 피해서 도망가고 외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것을 받아들이고 약함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생각을 포기하고 누군가와 비슷해진다던가 누군가에게 판단을 맡기는 일은 인간답지 못한 것이다.      


"인간은 자연 가운데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다. 하지만 그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 블레즈 파스칼이 《팡세》 중에서     


사람들은 누군가(보통은 성공하였던가 외모가 출중한 사람)와 끊임없이 닮으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특정한 누군가와 비교가 되기 때문에 한다. 세상에 비교할 사람이 없으면 성형수술을 할 이유도 없어진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다던가 연봉이 많은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은 자신을 그 순위에 올려놓는 일이다. 그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원하는 사람 다움이지 당신 다움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결혼하지만 부부싸움의 가장 큰 요인 중에 다른 사람과 비교함으로써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왜 당신 다움을 버리고 다른 사람다움을 추구하려고 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갈등을 초래하는가. 어떤 사람보다 외모적으로 키가 작을 수도 있고 얼굴이 덜 예쁘고 잘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스포츠를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가 모두 좋을 수는 없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이 있고 못 추는 사람도 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도 있고 그림에는 잼병인 사람도 있다. 그 모든 재능이 없다한들 그것이 당신이다. 누군가는 어글리 하다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 다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인간은 겉으로 보는 것만으로 평가하면 '그래서 당신입니다'라고 말하기 힘들 수는 있다. 그러나 당신이 가진 장점(내면의 강함이나 인간다움)을 키우는 것은 가능하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서 조금 더 좋은 차를 사고 조금도 좋은 집에 살고 명품을 구매하다 보면 그 속에 당신 다움은 없고 어느새 껍질만 남는다. 인간이 인간다울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사회의 모든 문제는 자신을 찾는 과정을 버린 채 자본주의 그림자가 남긴 상상의 괴물을 쫓아가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데에서 발생한다.      


부모세대에게 물려받은 환경에서 경험하면서 개개인의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발견은, 사람이 단순히 희망적인 회로를 돌려가면서 모든 불행을 쫒아버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또한 어떤 것이 다가올지도 모르는 미지의 경험이 불가사의하다는 이유로 침대 밖은 위험해라면서 살아가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평생에 걸쳐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만들지 않고 누군가의 여정을 비판 없이 따라간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찾을 수 있는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환경적인 올가미에 걸려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갈 때도 있지만 미래의 경험이 자신에게 생각지도 못한 영향을 미쳤더라도 중요한 건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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