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에필로그

생각은 당신만의 특별한 설계도를 만드는 일이다. 

사람은 생존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 갖추어지고 나면 사유(思維)나 사고(思考)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생각하는 힘은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힘이다. 생각은 한자가 아니라 순우리말이다. “나랏〮말〯싸ᆞ미~〮”로 시작하는 훈민정음이 만들어지기 전에 한국어를 표기하는 방법은 한자뿐이었다. 그래서 한자로 고유명사를 표기할 때 하나의 소리값에 대응하는 한자로 바꾸어 놓는 것이 '사ᆡᇰ각'으로 써 오던 순우리말을 生覺으로 단순히 취음한 것이다. 생각과 관련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 본질을 생각하고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독서는 단지 지식의 재료를 공급할 뿐이다. 그것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색의 힘이다. - 존 로크     

사고는 수염과 같은 것이다. 성장할 때까지는 생기지 않는다. - 볼테르     

당신 스스로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대의 운명을 개선시켜 주지 않을 것이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르네 데카르트     

사람이 살아갈 궁리만 할 때는 고상한 생각을 하기란 어렵다. - 장 자크 루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제대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생각을 한다는 것은 사람의 본질과 관계 그리고 세상과의 공감을 어떻게 할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단순하게 사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세상의 소문과 거짓에 흔들리지 않을 생각의 힘을 가지고 나서 단순하게 결정할 때 의미가 있다.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정보와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이야기에 휩쓸려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에 대한 사례는 언론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듣게 된다.     

 

태어나서 자신이 살아감에 있어서 깨닫게 되는 과정이 생각이다. 자신의 몸은 생각이 밀고 나갈 수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 글 역시 그러하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는 것과 한 줄을 쓰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비슷한 측면이 있다. 생각은 자신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그리게 만들어주는 설계도와 같다. 설계도 없이 건물을 지을 수도 있지만 어떤 형태로 만들어질지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재료가 얼마나 들어갈지도 모르고 언제 마무리가 될지도 모르며 어떤 용도의 건물이 만들어질지도 알 수가 없다.      

그냥 되는대로 살아가고 삶의 결말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즉흥적으로 살면 된다. 생각이 많아서 좋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에 비유해 바둑에서 ‘장고 끝에 악수 둔다’라는 말도 있지만 길게 생각하는 것과 신중한 것과는 다르다. 생각을 잘하는 사람은 욕망을 참아가면서 단련을 하고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지 그냥 단순하게 생각만 오래 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의 힘을 가지지 않은 채 갑자기 닥친 선택의 길에서 그냥 선택을 하지 않고 긴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불과하다.      

요즘에 바둑을 두는 젊은 사람들은 많지가 않지만 바둑 한 판에서 발생하는 흥망성쇠와 희로애락은 마치 인생의 여정과 흡사하여 바둑용어가 격언이 되어 자주 언급된다. 드라마로도 잘 알려진 미생은 바둑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바둑에서 완전한 두 눈(독립된 두 집)이 나지 않아 생사가 불분명한 말(馬, 바둑돌의 무리)을 일컫는 말이다. 사람의 인생은 바둑처럼 완생이 될 수는 없다. 항상 모든 선택은 좋은 결과와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미생 상태에 처한 돌들을 살리거나 죽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문제를 사활 문제라고 한다.    

  

완성되지 않은 미생의 인생을 살고 있지만 매년 새로운 바둑의 중반부터 판을 이끌어나가기 위해 초반에 돌을 배치하는 포석을 놓듯이 시작을 한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꼬이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포석을 대충 놓고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번 잘못 놓인 포석돌은 시간이 지나면 어떤 결과를 만들지를 처음에는 알지 못한다. 생각은 단순한 것도 복잡한 것도 가벼운 것도 무거운 것도 아니다. 단지 보이지 않는 지도일 뿐이다. 그 지도는 누군가가 만들어줄 수도 없는 당신만의 특별한 설계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