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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거주불능 지구

인간들은 더 변화를 외면하고 거부하며 살게 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 휩쓸기 시작할 때인 2020년 초반에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최근에 다시 한번 책장에서 꺼내서 읽은 2050 거주불능 지구는 단순히 환경변화나 온난화를 다룬 책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는 사람도 있고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제 상식적이라는 말은 더 이상 상식이 아는 사회가 되고 있다. 25년 연초에 AI 딥시크 쇼크가 미국 주식시장을 비롯하여 한국도 휩쓸고 있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사람처럼 판단하는 존재가 이제 기계로 넘어가고 있다. 20일이 넘게 미국 서부를 태운 LA산불은 과거에 보아왔던 기후변화가 새롭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후변화와 상관없이 미국을 이끌려는 트럼프는 2050년까지 살아있지는 않겠지만 그거 선택한 변화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기상청 관측아래 최대의 폭우라던가 산불화재가 일어났다는 뉴스를 보고 있다. 이제 기상청 관측이 아니라 수백 년 전에 일어났던 모호한 기록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사건이나 유튜브 등으로 인해 편향된 정보를 보고 들으면서 앵커링 효과가 어떤 파급효과를 만드는지 볼 수 있다. 대표성이 떨어지더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일치하는 한두 개의 사례만 보고 심적 모형을 구축하고 모호성 효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확실한 상황을 고려할 때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최소한의 결과만 받아들이게 된다. 즉 합리적이지 않고 거짓된 정보라고 하더라도 불확실한 상황을 제거할 수만 있다면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시간이 지나 불안한 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시작된 변화는 막을 수는 없다. 기후변화는 특정한 사람이나 국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살기가 팍팍해지면 더욱더 사람의 생각을 가두어두고 조금이라도 풍요로워질 수 있기 위해 세력화를 꾀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시장 중심적이고 소비적 태도로만 일관했던 환경운동을 비판하며, 화석연료가 뒷받침해 온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그럴 일은 없어 보인다. 포탈에서 상당수의 뉴스는 모두 돈과 관련된 것이다.


돈이 하나의 잣대처럼 생각되는 세상에서 시장 중심적이고 소비위주의 패턴이 바뀔 수는 없다. 저자는 2050년경의 기후변화로 12가지 사례를 꼽고 있다. 직접적인 열기로 전 세계에서 25만 5,000명이 숨지는 ‘살인적인 폭염’과 개발도상국 거주자 중 1억 5,000만 명이 영양 결핍에 직면하는 ‘빈곤과 굶주림’, 미국에서만 31만 1,000채의 집이 침수하는 ‘집어삼키는 바다’, 전 세계적으로 50억 명이 물 부족 위기에 직면하는 ‘갈증과 가뭄’, 미국에서만 오존 스모그 발생일이 70%로 상승하는 ‘마실 수 없는 공기’ 등이 그것이다.


사실 필자는 기후변화로 오는 위협보다 인간 스스로가 만든 위협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어떤 합리적인 말을 해도 설득을 할 수가 없다. 유튜브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자동화 편향은 인간이 컴퓨터 알고리즘 같은 비인간적인 의사 결정을 선호하도록 만든다. 여기에 확증 편향이 곁들여지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생각을 뒷받침하려는 증거를 찾으려고 한다. 구글 같은 이윤을 추구하는 거대기업에게서 그런 사회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윤리적인 책임을 기대할 수는 없다.


기술이 발달하고 문명이 고도화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과거보다 더 나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식과 데이터의 총량이 늘어났을 뿐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의 수준은 그렇게 나아진 것이 없다. 진실을 받아들이고 더 나아지려는 소수의 사람들과 살아가던 방식 그대로를 유지하려는 다수의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오히려 전에 알지 못했던 수많은 정보와 동영상을 통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더 많이 보고 소비할 뿐이다. 저자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자본과 기술력만으로 기후변화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흐름은 망상에 가깝다는 평가도 내놓으며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하지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는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대사처럼 인간은 그 길을 찾을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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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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