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지켜야 하는 이유.
우리가 돈이라고 부르는 종이 지폐는 진짜 돈이 아니다.
인간세상에서 돈은 무엇과 바꿀 수 있는 가치를 말한다. 그 무엇이란 나의 노동력, 나의 경험, 내가 만든 물건 등등 사람의 시간으로 빚어진 것들을 말한다. 그래서 시간은 돈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지금 내 지갑에 안에 세종대왕 그림이 있는 종이들은 돈이라는 가치와 바꿀 수 있는 화폐일 뿐이다. 진짜 돈은 가치의 영속성이 있어야 한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도 똑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그게 돈이다. 하지만 우리가 돈이라고 혼동하는 화폐는 영속성이 없다. 감가상각이 존재한다.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진다는 말이다.
소비자물가 통계 자료를 보면 25년 전인 1994년 쌀 80kg의 가격은 12만 6139원 정도였다. 현재 백미 20kg 가격은 5만 원 정도이다. 약 80% 정도의 가격차이가 난다. 1994년 자장면 가격은 2000원이었다. 현재 자장면 가격은 3500-4500원 사이이다. 약 70% 이상 가격이 오른 것이다.
25년 전 짜장면보다 오늘 만든 자장면이 비싼 이유가 뭘까? 들어가는 재료가 비싸져서 가격이 비싸진 거라고 볼 수도 있다. 귀한 것은 비싸다. 하지만 모든 생산물의 가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귀해지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다. 인간은 예전과 똑같은 24시간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무언가를 소비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는 단순히 인구의 증가, 생활양식의 변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치가 상승했다고 볼 수는 없다. 물건의 가치가 오른 것이 아닌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내가 25년 전 물가를 찾아본 이유는 35살의 장년층의 정년이 25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물가가 25년 동안 70-80% 올랐다는 말은 은퇴 시점에 70-80% 불어난 돈을 가지고 있어야 그나마 현재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늘은 짜장면을 먹고 지갑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 주면 되겠지만 25년 뒤에 2장을 줘야 된다는 말이다. 어쩌면 3장을 줘야 할지도 모른다. 즉, 내가 오늘 번 화폐를 침대 밑에 파묻어 두고 25년 뒤에 꺼내 본다면 반 정도는 삭아서 없어지는 상황과 같은 상황인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돈이 없어지는 것이다.
화폐의 개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돈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오히려 지난 25년보다 더 가파르게 돈의 가치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이처럼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 상태를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인플레이션이 생기는 이유는 양적완화 때문이다. 양적완화란 나라에서 화폐를 계속 찍어낸다는 이야기다. 나라에서 돈을 계속 찍어내고 시중에 많은 화폐가 풀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럼 나라에서 화폐를 왜 찍어낼까? 원인은 빚에 있다. 은행은 미래의 돈을 (돈 = 인간의 시간으로 빚어내는 어떠한 것 = 인간의 시간) 담보로 화폐를 빌려주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화폐를 만들어 가져오라고 한다.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에 화폐가 만 원짜리 딱 한 장밖에 없다고 가정하자. 그 만 원짜리를 은행이 가지고 있다가 A에게 빌려 주면서 1년 뒤 만 천 원으로 가져오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천 원짜리가 존재하지 않으니 나라에서 천 원짜리를 찍어내는 것이다
A는 노동을 하던, 물고기를 잡아서 팔던, 시간으로 빚어낸 어떠한 결과물로 1,000원짜리를 손에 넣어야 한다. 미래의 시간을 담보로 받은 만원과 그 이자 1,000원짜리를 은행에 돌려주면 A는 빚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은행은 회수한 11,000원을 또 다른 사람 B에게 빌려줄 것이다. 그럼 B는 1,100원을 또 어디서 구할까? 나라는 또 돈을 찍어내야 한다.
짐바브웨라는 나라는 초 인플레이션을 겪은 나라이다. 2015년 자국의 화폐 통화를 포기하고 미국 달러, 유럽 달러, 엔화, 위안화 등을 자국 통용 화폐로 채용했다. 당시 짐바브웨 달러로 3경 5천억이 미국 1달러와 같은 가치를 지녔었다. 실제로 100조짜리 짐바브웨 달러가 발행되었고, 이것을 350장 모아야 1달러였던 것이다.
웃긴 에피소드로 보기에는 다소 심각한 이야기이다. 짐바브웨는 모든 나라의 화폐가 맞아야 될 최후의 상황을 조금 일찍 맞은 것뿐이다. 이런 양적완화와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발행권이 인간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나라에서 통화권을 쥐고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발행권이 있어서 화폐가 진정한 돈의 가치인 영속성을 갖는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 취지로 나온 것이 비트코인이다.
즐거운 마인드를 가지고 삶을 제어하는 나와 같은 방랑객들이 많지 않은 이유는 외부적인 요인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정도로 제어가 되지 않는 데 있다. 외부적인 요인을 제어하기 위해 일단 필요한 건 생활의 안정인데 충분한 돈을 모으기란 쉽지가 않다. 내가 돈을 모으는 속도보다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어떠한 방법이던 인간은 방법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넋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자산을 잘 지키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