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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성 Jan 10. 2019

ep13. 안정감에 대한 예찬론

#거대한 성벽도 벽돌 하나에서부터 시작했다

삶의 안정감은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한국은 나의 여행지고, 여행객을 꿈꾸는 방랑객인 내가 세 번째로 한 일은 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안정감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난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세 가지를 꼽으라면, 첫 번째로 안정감을 꼽을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안전하다는 느낌은 세상 어떠한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것이다. 더불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어찌 보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이런 안정감을 위협하는 요인은 항상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예를 들면 두려움과 부정적인 마음 같은 내부적인 요인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생활의 궁핍함 같은 나의 의지로 제어하기 힘든 외부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만약 내, 외적인 요인들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면 완벽한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꿈에 관한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 꿈에 관해 물어봤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억만장자 같은 거창한 것을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저 잘 먹고 잘 사는 것, 놀고먹는 것, 걱정 없이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 정도를 자신의 꿈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억만장자가 되야겠지만...)


이 대답은 "내가 어떠한 액션을 취하지 않아도 나와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안정감을 원한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고, 안정감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 외부적인 요인을 제어하지 못한 채 머리로만 자신을 여행객처럼 생각하는 것은 현실도피와 다를 게 없다. 


난 어릴 적부터 내부적인 요인은 제어가 꽤 잘되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책들을 많이 읽었고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는 습관 덕택에 저절로 얻어진 결과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생활에 관련된 외부적인 요인이었다. 안정감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삼시세끼 굶지 않는 것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난 가족을 편안하게 돌볼 수 있고,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재력을 안정감이라고 느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나 자신의 삶의 패턴을 기반으로 작은 집과 작은 차, 먹을 것들을 해결하는데 어느 정도의 돈이 드는지 계산을 해보아야 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얻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그 생활을 유지하는데 얼마가 필요한지 계산해 봤다. 계산이 딱 들어맞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저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35살의 노동자 월급이 200만 원이고 매년 5%씩 월급이 오른다고 봤을 때 25년 일해서 60세 정년까지 벌 수 있는 돈의 총합은 대략 11억 정도이다. 물론 세금은 제외한 금액이고 한 푼도 안 쓴다는 전제하에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만약 10년을 더 일해서 35년 일한다고 생각하면 21억 정도가 얻을 수 있는 돈이다. 


매년 5%씩 월급이 꼬박꼬박 정년 때까지 잘 오르는 회사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저 정도에 돈이 나온다면 조용히 회사를 다닐 취업준비생들은 많을 것이다. 즉, 저 정도 돈이면 가족을 돌볼 수 있고, 자유롭게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라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나의 목표는 40살 전후에 모든 외부적인 요인을 제어하는 것이다.

목표는 정해졌고, 내가 사는 방식대로 살아서 얻을 수 있는 목표라면 난 이대로 살면 된다. 하지만 변화를 통해서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 계획들을 세우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실천해야 한다. 물론 난 후자였다.


지금의 나의 진행상태는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계획은 이미 다 세워 놓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기 때문에 난 지금 내 인생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안정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재밌는 건 외부적인 요인의 조절이 조금씩 가능해지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내부적인 요인의 조절이 월등히 잘된다는 것이다. 사람을 위기의 상황일 때 판단하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면 이것이 이해가 될 것이다. 


삶의 안정감을 찾고자 한다면 일단 나침반을 꺼내야 한다. 모든 것을 계산하고, 계획을 세우고, 내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는다면 누구나 삶의 안정감은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계획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르고, 일일이 계산을 한다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지만, 적어도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거대한 성벽도 벽돌 하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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