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여행객을 꿈꾸다
한국을 여행지로 정했으면 내가 여행객이 되어야 했다.
한국을 여행지로 정하고 나서 다음 단계. 두 번째로 한 일은 여행객의 생활을 표방하는 일이었다. 여행객은 행복한 고민만을 하고 산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어디를 갈지, 어떠한 경험을 할지 고르고 그 기대감으로 여행하는 내내 설레 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는 거리감이 있는 생활이다. 우리는 직장을 다니면서 설렘보다는 지옥 같은 9시간을 견디고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빨리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저녁식사를 하고 싶지만 그런 시간이 지나버리면 다시 똑같은 지옥이 반복됨을 알고 있기에, 평일 저녁에 보내는 시간조차 즐겁지 않게 느끼는 사람도 많다. 그저 이틀 연속 쉴 수 있는 주말만을 기다리는 좀비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호기롭게 한국에 놀러 온 것처럼 살아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일상생활에서 수입은 없고 지출만 있는 여행객처럼 생활한다는 건 당장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건 현실적인 생활에 관련된 것이기에 마인드를 바꾼다고 당장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리 끝에 무전 여행객이나 방랑객이 되는 것이 더 현실적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방랑객은 여러 도시를 떠돌아다니며 산다. 그들은 생활에 필요한 자금이 필요할 때 노동으로 돈을 모으며 자유롭게 살아간다. 이상적인 방랑객은 Yolo (you only life once)를 외치고 다니는 방랑객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방랑객이라 생각한다. 왜냐면 나의 최종 목표는 여행객이지 방랑객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랑객처럼 살다가 조건을 갖추어 여행객으로 전직하는 것을 목표로 사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군대 후임이자 친한 동생인 K는 호주에서 5년 전부터 세차장 일을 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세차장을 인수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그 기간 동안 어떤 노력을 하고 지냈는지 알기에 동생이지만 존경스럽고, 대견했다. 처음에는 워킹홀리데이 겸 여행 목적으로 갔던 K는 호주에서 결혼도 했으며, 그곳에서 정착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방랑객에서 여행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매우 행복해하고 있다.
K는 한국의 유명 호텔에서 일했었다. 그가 한국에서 하는 일보다 더 힘든 세차장 일을 낯선 호주에서 하면서도 행복해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은 그저 여행경비를 벌기 위해서 일하는 것뿐이라는 가벼운 마음, 이곳이 마음에 들면 정착하겠다는 자유로운 생각, 노동으로 벌어들인 돈을 이용해서 여행객으로 진화할 수 있는 계획들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대화를 토대로 추측했다.
우리 집 현관 앞에는 두 개의 여행용 캐리어가 항상 있다. 그리고 옷방에서 가장 잘 보이는 선반에는 두 개의 여권이 있다. 이것은 아주 사소한 행동이지만, 난 매일 그 물건들을 보면서 나 자신을 방랑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여행객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 물론 호주는 노동대비 급여가 한국보다 높기 때문에 K는 빠르게 여행객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난 한국에서도 그런 환경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단계인 세 번째 행동이 꼭 동반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