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으로 인한 갈등은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찾아왔어.
너와 항상 함께하지만 네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 있어. 가족, 성별 그리고 이름.
태명은 네가 엄마 뱃속에 있는 동안 잠시 부르는 귀여운 별명이니까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이름은 달랐어. 임신을 확인하고부터 엄마는 네 이름을 고민하기 시작했지.
우선 예뻐야 하고, 성과도 잘 어울려야겠지. 의미도 좋아야 하고, 발음도 쉬워야 해. 아이일 때도 어른일 때도 어색하지 않아야 하고, 너무 흔해서도 튀어서도 안 돼. 어린 아이들은 이름으로 별명을 잘 만드니까 놀림거리가 될 이름도 피해야겠지. 생각할수록 조건들은 늘어났고, 그걸 모두 만족시킬 이름을 찾으려니 남은 시간이 전혀 넉넉하지 않게 느껴졌어. 여유는커녕 점점 조급해졌지.
엄마는 막연히 네 이름은 아빠와 엄마가 함께 짓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문득,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도 네 이름 짓기를 원하시지는 않을까 싶더라. 내 아빠가 장손이고, 그분들의 첫 손주니까 많이 기대하셨거든. 그래서 ‘이건 우리가 양보해야 할까?’ 하는 마음으로, 여쭤봤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돌아왔어. 아이가 태어나면, 그 날짜와 시간을 갖고 작명소에 물어 이름을 짓자는 거였지. 엄마는 너무 당황스러웠어. 네 아빠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 듣자마자 “아이 이름을 돈을 주고 사야 한다고?”라는 말이 튀어나왔어. 네 인생에 아주 중요한 결정이잖아. 그런데 너를 잘 알지도 못하고, 아무 책임도 지지 않을 누군가가 점치듯 지어준 이름을 받아쓰라니...... 납득하기 어려웠어. 결혼 후 처음으로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을 깊이 체감했지.
속상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어. 일을 하다가도, 책을 보다가도, 문득문득 이 생각이 떠올라 고민에 잠기곤 했지. 며칠 뒤 어느 밤, 잠결에 깼는데 또다시 이름에 대한 걱정이 떠올라 도저히 다시 잠들 수가 없었어. 결국 방에서 나와 불 꺼진 거실 소파에 조용히 앉았어. 늦은 밤, 임신 호르몬으로 가뜩이나 감정이 예민해진 탓에, 머릿속에서는 나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
‘이름을 꼭 작명소에서 지어야 할까?’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만약 거절한다면 나중에 아이가 아프거나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모든 원망의 화살이 내게 돌아오는 건 아닐까?’
‘그 비난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고민은 점점 더 깊어졌고, 급기야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
‘내가 아이를 낳다 잘못되면 나는 우리 아이의 이름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나는 거잖아.......’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 서럽고 억울했어. 그렇게 울다 보니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어.
‘지금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명랑이에게 나쁜 영향이 가는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또 무서워서, 결국 해가 뜰 때까지 눈물이 그치지 않았어.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