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면 마음속 근심의 골짜기에는 안개가 차오르기 시작해. 깊은 밤이나 새벽이 되면 안개가 짙게 내려앉아 골짜기 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게 되지. 그러면 우리는 두려워져. 근심의 깊이와 범위를 알 수 없으니, 나쁜 상상은 현실처럼 느껴지고 불안은 점점 커지기만 해.
그날 밤, 엄마는 끝이 보이지 않는 근심의 골짜기에서 혼자 울고 있었어.
하지만 아침이 되고 해가 떠오르면, 안개는 서서히 걷히고 골짜기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게 돼. 대낮에 마주하는 근심은 오히려 아주 작게 느껴지기도 하지. 때로는 생각보다 크고 깊은 골짜기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아. 적어도 그 깊이와 생김새를 알 수 있으니까.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조금은 더 또렷하게 볼 수 있거든.
날이 밝으면서 엄마도 조금씩 슬픔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 답답한 마음은 여전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거든. 엄마도, 아빠도, 그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모두 명랑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명랑이에게 좋은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한 거라는 걸 깨닫게 되었지.
그리고 며칠 뒤 알게 된 사실인데, 요즘 작명소는 꽤 트렌디하더라? 엄마 아빠가 원하는 이름을 먼저 제안할 수도 있고, 그 외에도 열 개 가까운 후보를 추천해 준대. 게다가 그 이름에 어울리는 한자를 함께 알려준다는 점이 좋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어.
혹시라도 엄마가 명랑이의 이름을 미처 알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일이 생긴다 해도, 엄마는 네 첫 이름인 ‘명랑’을 기억하면 되니까.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더라.
요즘 엄마는 우리 명랑이에게 어울릴 만한 예쁜 이름을 하나씩 수집하고 있어. 아빠는 아기 이름 짓는 법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공부하고 있지. 그렇게 엄마와 아빠가 각자의 방식으로 고민하고, 네가 태어난 뒤에는 작명소의 조언도 참고해서, 네게 어울리는 멋진 이름을 선물해 주려고 해.
기대해, 명랑아.
추신.
혹시라도 엄마아빠가 지어준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중에 개명해도 좋아.
다만 그건 성인이 된 이후에.
미안하지만, 네 이름이 ‘공주’나 ‘쥬쥬’가 되는 건 엄마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아.
성인이 되면, 지금의 엄마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