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모닝 페이지
요즘 새벽 5시가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아기의 새벽수유 시간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된 것 같은데 이제는 새벽 6시나 7시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쭉 자주는 아기 덕분에 그렇게 빨리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자동으로 눈이 떠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일찍 깨면 그저 다시 자거나 밀린 빨래를 돌리곤 했다. 오늘 역시 다시 잠들었다가 1시간 뒤인 6시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글을 써야 할 것 같아서다.
어제는 2주에 한 번씩 하는 온라인 글쓰기 모임이 있던 날이었다. 서로의 글을 읽고 그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앞으로 쓰고자 하는 글의 방향성 내지 출간하고 싶은 책의 내용들을 나누는 그 자리에 나는 2주간 아무런 새 글도 쓰지 않고 덜렁 몸만 참가했었다.
그런 내게 질책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나 스스로 이래선 안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모임 내내 했다. 글쓰기 모임인데 글을 안 쓴 사람이 껴있어도 되는 건가. 내가 이 모임에 계속 참여해도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으로 모임을 하는 동안 문득문득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 마음이 나를 오늘 오전 6시에 일어나 컴퓨터 앞으로 데려다 놓은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처음부터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아니다. 글쓰기는 마치 운동과 같아서 한 번 두 번 빼먹다 보면 다시 시작하기까지 상당한 심적 부담이 들기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고 해도 바로 글을 쓸 엄두가 나진 않았다.
그래서 책상 옆에 있는 책꽂이에서 책 한 권을 뽑아 들었다. 라문숙 작가님의 『깊이에 눈 뜨는 시간』. 평범한 주부였던 저자가 쓴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였다. 한창 에세이를 쓰고 책까지 냈을 때 좀 더 글을 잘 쓰고 싶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샀던 책이라는 게 문득 기억났다.
뭘 먼저 볼까 하다가 분홍색 북마크를 붙여둔 페이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 페이지의 제목은 '매일 쓰는 사람이 되기까지'였다.
책을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본인의 책을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저자가 첫 책을 내게 된 이야기가 담긴 글이었다.
그 글에서 저자는 자신이 쓴 글이 책이 되어 나오기엔 한참 함량 미달이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출간 제안을 몇 번 받았지만 그때마다 '어떤 책을 구상하고 있느냐'고 오히려 되물으며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던 저자에게 어느 날 한 통의 색다른 출간 제안 메일이 왔다고.
여느 날과 같이 '어떤 책을 구상하고 있느냐'라고 물은 저자의 메일에 해당 출간 제안 메일을 보낸 편집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답할 수 없습니다.'
메일에는 책의 기획이 시작되고 책이 나오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고 생각을 맞춰가며 책을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 모든 과정을 재미난 놀이같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그걸 읽은 순간, 그동안 내 글이 안 써졌던 이유를 바로 깨달았다. 글쓰기에 대한 재미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최근 들어 내게 글쓰기는 재미난 놀이가 아닌, 일정한 수입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일종의 '돈벌이 수단'에 가까웠다. 금전적인 보상이 생기지 않으면 글을 쓸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강했기에 돈을 벌지 못하는 글 따위 써봤자 무의미하다고 치부해 버렸던 것이다.
글이라는 것이 쓴다고 다 돈이 되는 게 아님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마음이 드는 걸 막지 못했다. 글 외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파묻혀 지내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글과는 더 먼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글을 쓰는 이 과정이 하나의 '재미난 놀이'가 된다면 내 글은 멈추고 싶어도 멈춰지지 않을 것이다. 이미 글쓰기와 돈벌이를 딱 붙여 생각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탓에 그 둘을 떼어놓고 오직 '재미'만을 추구하는 글을 쓰는 것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당분간은 억지로라도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뭐라도 글을 쓰는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다행히도 매일 새벽 5시쯤 눈이 떠지는 루틴이 잡혔으니 그때마다 안 자고 일어나 글을 쓰면 뭐라도 나와줄 것이다. 바로 이 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