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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Jun 07. 2024

좋은 습관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것

6월 7일 모닝 페이지

어젯밤 자기 전에 읽은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책,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오래도록 관리하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좋은 습관이 그 대가라고 할 수 있는데, 좋은 습관을 기르는 습관이 있다면 그것은 인내다.

인내는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기 몸이 견딜 수 있는 범위를 깨닫고 그 범위 안에서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인내다. 견뎌내지 못할 때까지 버티는 건 멍청한 짓이다. 남들도 하니까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동반 자살이나 다름없다.

몸과 마음이 불쾌해지지 않는 기준을 정리해 오래도록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평범한 생활이 나만의 고유한 재능으로 인정받는 날이 온다.


이걸 읽으며 요즘 내가 인내하며 기르려고 노력 중인 좋은 습관은 뭐가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봤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인스타그램을 지운 것.


나는 약 한 달 전쯤 핸드폰에서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인스타그램은 내가 하루종일 핸드폰을 붙들고 살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육아와 관련된 정보를 얻겠다고. 혹은 살림에 도움 되는 팁을 얻겠다는 핑계로 하루종일 피드를 새로고침 하다보니 어느새 무엇을 하건 어디를 가건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그런 내 모습이 너무 별로로 느껴졌고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과감히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전보다 훨씬 더 핸드폰을 덜 찾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아직 완전히 핸드폰을 손에서 놓은 채 살고 있진 못하다. 인스타그램 대신 유튜브 쇼츠를 보고 있어서다.


그래도 전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드는 건 유튜브는 그저 내 관심사 하나에만 집중해서 보면 그만인 반면, 인스타그램은 원하건 원치않건 보기만 해도 그저 부럽고 나에겐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다른 이의 행복한 순간들에 시시각각 나를 노출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부러워하고 시샘하는 일은 결코 즐거울 리가 없는데도 인스타그램을 하는 이상 그러한 일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그렇다면 아예 내 눈에서 치워버리면 그만이지. 그런 생각으로 인스타그램을 지워버린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자면 백번 잘한 결정이었다. 이제 다음 차례는 유튜브다. 유튜브야말로 인스타그램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에 자주 애용하고 있지만 유튜브 역시 인스타그램만큼이나 하릴없이 시간을 낭비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진 '쇼츠'라는 것이 있으니 역시 관리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요리 레시피를 찾아보거나 좋아하는 재즈 피아노 음악을 틀어 놓거나, 주식 관련 정보를 얻는 등, 이런저런 상황에서 유튜브를 자주 사용하는 내 삶에서 유튜브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핸드폰에서만큼이라도 유튜브를 지운채 생활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또 일주일, 이주일,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을 때의 내 삶의 모습을 돌아봐야지. 그때도 바뀐 삶의 모습이 내 마음에 쏙 들기를 바라면서.


다음으로 기르려고 노력 중인 좋은 습관으로는 운동이 있다. 아이를 낳고 세 달 만에 출산 전 몸무게로 돌아오긴 했지만 뱃살만큼은 임신 전 상태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바지 위로 출렁이며 흘러나오는 뱃살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고 스스로를 꾸미는 일에 무감각해져 가던 어느 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젖도 못 뗀 갓난쟁이를 키우며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이상, 헬스장을 끊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고, 그저 집에서 아무 때나 편하게, 매일 할 수 있으며 효과는 좋은 운동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가 찾아낸 게 바로 '슬로우 버핏'과 '플랭크'다.


슬로우 버핏은 말 그대로 천천히 온몸을 움직이는 운동이다. 양손으로 하나씩 바닥을 짚고 양 발을 한쪽씩 쭉 뻗어 바닥을 디딘 뒤 스쾃을 하듯 배에 힘을 주며 몸을 일으키면 되는 운동인데 전신을 다 쓰기 때문에 온몸의 근육을 단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음으로 플랭크는 예전에 인스타그램에서 출산 후 늘어진 뱃살을 없애는 데 탁월했다는 걸 본 기억이 나서 따라 해보는 중이다.


그렇게 슬로우 버핏을 20개씩 4세트 정도하고 플랭크를 2세트 정도 하고 나면 약 25분이 지나있는데 이 정도가 내가 정한 하루에 반드시 해야 하는 운동량이다.


처음엔 생각보다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싶었지만 '매일 꾸준히'할 수 있는 운동량을 생각해 보면 저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았다. 좋은 습관을 기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어느 날 하루 반짝하고 마는 게 아닌, 아무리 하기 싫어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운동을 한지 어느덧 2주 차에 접어든다. 그러자 보기 흉하게 늘어졌던 뱃살이 전보다는 훨씬 더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는 저 운동에 약 40분 정도 자전거를 더 타서 눈에 띄는 효과가 더 빨리 나온 걸 지도 모른다.


어찌 됐건 하루에 단 1분도 하지 않았던 운동을 거의 1시간 가까이 매일 하고 있는 내가 스스로 대견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


이렇게 내가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이유는 쇼펜하우어가 말한 '몸과 마음이 불쾌해지지 않는 나만의 기준'을 정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삶의 모든 순간들에 나의 몸과 마음이 불쾌해지지 않는 나만의 기준을 정하고 산다면 내 삶은 전보다 더 살만해질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의 이 평범하고 별 볼일 없는 것 같은 생활도 나만의 고유한 재능으로 인정받는 날이 오겠지.


그런 바람으로 오늘도 나는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쓸 것이다. 아, 그전에 일단 핸드폰에서 유튜브 먼저 지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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