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붱 Jun 14. 2024

글을 매일 써야 하는 이유

6월 14일 모닝 페이지

오늘도 알람 없이 잠에서 깼다. 시간은 새벽 4시 55분. 이제는 새벽 5시쯤 잠에서 깨는 게 습관처럼 굳어진 것 같다.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 겸 운동방으로 향했다. 전날 밤 미리 텀블러에 담아 둔 시원한 물을 한 두 모금 마시며 노트북의 전원을 켜고 브런치에 접속했다. 그리고 정지.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쓰고 싶은 게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아직 그 생각들이 글로 다 나오기엔 마음속에서 정리가 덜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단 쓰면서 생각해도 되지만 나 같은 경우엔 그래서 그 글을 통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해지지 않으면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지금 내가 쓰고 싶은 그 이야기는 아직 정리가 덜 됐다. 설익은 생각을 글로 옮기다 보면 실수가 나온다. 나 혼자만의 생각에 불과한 것을 남들도 다 그런다고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하기도 하고, 사실 관계가 분명치 않은 것들을 사실인 양 떠들어대기도 하고. 말이 많아지면 실수가 많아지는 것처럼 글이 많아져도 실수가 늘어나는 것 같달까?


그렇다면 내가 지금 이 생각을 글로 쓰고 있는 것 또한 또 하나의 실수를 만들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철칙 중 하나인 '꾸준히 쓰기'를 지키기 위해서다.


한 번은 지인의 집에 놀러 갔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싱크대에 물때가 전혀 끼어있지 않는 것이다. 그 지인은 같은 아파트에서 10년 이상 거주 중이었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렇게 깔끔하게 주방을 정리하고 사느냐고 물었더니 그가 말했다. 물때가 끼기 전에 계속 닦고 관리하면 된다고.


글도 마찬가지다. 뭘 쓰고 싶은지 생각하는 머리가 굳기 전에, 실제로 키보드를 두드려 글을 써내는 힘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뭐라도 쓰는 것이 아무것도 안 쓰는 것보다는 낫다.


나는 2년 정도 글을 손에서 놓고 살았다. 임신과 출산, 육아를 거치며 현실적으로 글을 시간이 현저히 부족해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마음에서부터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서였다.


글을 써도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나의 귀중한 시간을 써서 글을 써야 하느냐는 생각에 하루 이틀, 쓰지 않던 글은 마침내 1년, 2년 가까이 써지지 않았다.


그랬기에 나 같은 경우엔 더더욱 자주 글을 써야 한다. 뭘 쓰고 싶은지 분명치 않아도 일단 쓰고 읽으며 고쳐야 한다. 그래야 내 몸에 붙은 글쓰기 군살이 조금이라도 떨어져 나갈 테니까.


이미 생긴 싱크대의 물 때를 지우려면 더 강력하고 효과 좋은 약품을 써야 하는 것처럼 지금의 내게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다만 다행인 점은 그러한 특단의 조치가 그저 괴롭고 부담스럽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언젠가 또다시 '아직 정리가 덜 됐다'는 핑계를 대며 글을 쓰고 싶지 않은 날이 오면 들춰보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실제로는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