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 모닝 페이지
오랜만에 주식 거래를 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AI 붐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는 회사 중 하나를 10주가량 매입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1500불 정도. 우리 돈으로 약 2백만 원에 달하는 돈을 주식을 사는데 써버렸다.
한 달에 100원도 못 버는 작가가 그 큰돈이 어디서 났느냐 하면, 이 역시 주식으로 번 돈이었음을 미리 밝힌다. 몇 년 전, 반도체가 시장으로부터 외면받고 주가가 박살 났을 당시에 몇 주 담아뒀던 게 있었는데 AI가 핫해지면서 반도체까지 덩달아 주가가 회복되었고 내가 샀던 그 주식도 전고점을 돌파하며 꽤나 많은 수익을 내고 있었다.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물론 주식을 하면서 이렇게 운이 좋은 케이스는 그리 많지 않다. 주로 잃거나 아주 조금 이득을 보는 수준에서 사고팔고를 반복하다가 아기를 낳고 나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주식을 전혀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다시 주식을 하게 된 건 아주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으로선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주식뿐이었으니까.
며칠 전, 한국 방문을 앞두고 아기가 먹을 시판 이유식을 구입했다. 13만 4천 원. 하루 세끼 이유식을 꼬박꼬박 먹기 시작한 12개월 아기의 2주를 책임져줄 이유식 구입 비용이다.
가격만 놓고 생각했다면 더 저렴하게도 살 수 있었지만 영양 성분과 위생 등을 고려하여 믿음이 가는 업체 두 군데에서 개당 평균 4천 원 선으로 구매했다.
평소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유식 조리 도구를 다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해먹이기도 쉽지 않고 오랜만에 한국에 가면 밖에서 이유식을 먹여야 할 일도 늘어날 테니 이동 시에 먹일 수 있는 실온 이유식도 필요했다.
여러모로 꼭 필요한 소비였지만 그렇게 쓴 돈이 아깝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아기가 이유식을 먹기 시작한 6개월 때부터 돌을 맞이하는 지금까지 나는 직접 이유식을 만들어 먹여왔으니까.
외벌이인 우리 집의 경제 사정상 그건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직접 만들여서 먹이면 영양적인 면에서도 더 좋고 위생 상태 역시 안심이 되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었다.
한때는 글을 써서 먹고살만한 돈을 벌고 싶다는 꿈을 꿨다. 열심히만 하면 나도 글만 써서 먹고사는 꿈같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이제는 그 꿈이 얼마나 헛되고 현실성이 없는지를 잘 안다. 나는 글만 써서 먹고사는 작가들만큼 매일 꾸준히 글을 쓸 시간도, 끈기도 없고 그럴만한 깜냥도 되지 않으니까. 근거 없는 자기 비하가 아닌, 자기 객관화를 거쳐 나온 아주 현실적인 결론이다.
글을 꾸준히 쓰기 위해서 나는 글과 돈을 분리시켰다.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 대신, 글을 계속 쓸 수 있게 주식으로 돈을 벌겠다는 마음을 갖자 아이러니하게도 글이 술술 나온다.
이틀 전에 추가로 매수한 주식의 수익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선 것 역시 내가 포기하지 않고 오늘 이 글을 마무리 짓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앞으로도 글과 돈이 따로 또 같이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이 생활을 꾸준히 유지해보고 싶다. 되도록 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