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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Jul 14. 2024

이쁜이 -5.

점을 봤다 - 너 참 못됐다.




스물네 살, 미국에 가서 2년 동안 생리를 하지 않았다.

안 하는구나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2년이 지나니 걱정이 되어서  맨하탄 차이나 타운에 유명하다는 중국 한의원을 갔었다.

중국인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은 진료 후 약을 건네주시면서 잠깐 앉아 보라고 하셨다.

"너는 남편이 놀고 너는 돈을 벌고 일을 할 거야 "

 난데없이 훅 들어온 경이로운  악담.

'이게 무슨 개소리야 갑자기'

"잘 살아 서로 좋아" 남의 속은 모르고 말씀하시다.

그 당시 난 짝사랑의 늪에 빠질랑 말랑 하던 시기였다.

긴긴 늪생활의 시작이였는데

그렇게

난 오십 되었고 하나도 안 맞았다.

다행인건가?



오십 둘에 두 번째 점을 봤다.

새해가 되고 너무나도 뒤숭숭한 내 꿈자리와 푹 내려앉은 가게 매상 등등 뭐라도 해봐야겠다 싶어서

가게 손님께 물어 물어 점을 보러 갔다.

상가에 위치한 장소를 잘 못 찾아서 헤매다 들어서면서

" 제가 띨띨해서 시간이 좀 늦었어요"

했더니 " 너 안 띨띨해. 그런 말 하고 다니지 마" 하셨다.

나? 깨갱__

"띠는?"

" 쥐띠요"

"84?"

"72요"

세상에 84라니 일어서서 나와야 하나 잠시 생각을 했다.

가게 일을 물어보고

연락 금지령을 내린 사람이 있다고 계속 꿈에 나온다고 했다.

"나이는?"

"몰라요"

" 생일은?"

"몰라요"

한숨을 내쉬시더니 " 친하다며?"

"그러니까요"

'생년월일을 아는 것과 친한 게 관계가 있는 일이구나 '

멋쩍어서 웃었다.

아무것도 모르는이랑 무슨 말을 듣겠다고 앉아있나 싶어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으로 이상한 말씀을 하셔서 기가 막힌 웃음을 터뜨린 나에게

"우스워? 웃지 마 진지한 거야"하셔서 복채내고 혼나고 나왔다.

또 깨갱.

그 사람과 내 관계가 궁금했다기보다 내 상황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힘들었었다.





구안와사 도래 일주일 전,

가게에 종종 오는 손님께서 신집에 상 차리고 지성을 드리라고, 이 분은 이 말을 이 년 정도 지속적으로 하셨었는데

그날은 유난히 듣기가 거북했었다.

몸이 안 좋다 하니 자신의 친구가 서울에서 오는데 만나보라고 동양 철학을 하는데 만나보라고

" 내 몸이 아픈데 네 친구를 왜 만나? 나 의사 선생님 계시는데?"

라고 대꾸하면서 화를 냈었다.

" 내가 네 친구를 안 만나서 혹은 지성을 안 드려서 벌 받을 거면 받을게 그만해 "

그리고 일주일 뒤에 구안와사가 왔고 몹시 아팠다.

연락 금지령도 이상했었다.

그런 일을 겪을 이유가 없었다.

단골손님이었고 서울 가셨고 좋아하는 음식 생각나서 보내 주고 싶었고 좋다 하셔서  보내 드렸고 나 아팠고 복숭아 받았고

감사의 문자 보냈고 연락하지 말라는 자신과 다 안 맞다는 금지령을 받고 이게 다 무언가? 어리둥절.

그는 왜 꿈에 계속 등장해서 자신과 맞지 않는  나를 잠 못 이루게 만들고 제 자리 찾던 입을 다시 돌려놓는 기적을 행사하는가?

너무 꾸준한 꿈속 출현에   벌떡 일어나 앉아 "나 상사병이야?" 했고 '생전처음 겪은 일이라 충격받았구나'  했었다. 그럼에도 그의 몽중출현은 심했다.

내가 잦은 연락을 하는 것도 아니었고 ( 4개월 8개월에 한 번 정도 서울 갔군요 음식 보내드릴

까요?)   그도 답문 잘해줬었고 별 문제가 없었다.

복숭아 받고 보낸 다정한 내 문자가 문제였나? 싶었으나 언제 볼지 모르는 손님이 난데없이 복숭아 투척 해주셨는데 그리 쓰지 뭐라 써? 그리고 이제야 이야기지만 명문장이었다. 정말로 감사했으니까. 한줄한줄 진심이었는데. 누가 알았니? 나 아픈 거 알고 복숭아  보낸 줄. 왜 나를 심쿵하게 만들고 연락 금지령이래? 누가 연락 한다고 했니? 네가 답장을 빠릿빠릿하게 하길 하니? 그냥 씹으면 씹히는구나 하고 말일을.

가만히 두면 멀어질 인연이였는데.

그쯤에 그는 인스타에서 내 계정에 눌렀던 좋아요를 삭제했고 (인스타 천재인가 싶었다) -몇 개 되지도 않았는데.  열받은  나도 인스타 팔로우 취소했고 나도 눌렀던 좋아요 를 취소하려다가 웃긴다 싶어서 그냥 뒀다.

이 일이 52살에 나이에 겪을 일이냐고!! 꿈에는 왜 나오니? 나 자야 한데 의사 선생님마다 자야 한데요. 그래야 입도 제자리 몸도 제자리로 돌아간다는데요. 도와줘야지.

어투가 안 맞아? 의도가 안 맞아? 야! 세상 잘 맞아! 이리도 찰떡일 수가 없어. 유치한 졸렬한 너와 나의 짓거리를 좀 봐.

52에 남자 손님 꿈을 일주일에 다섯 번씩 꾸고 이 난리는 언제까지 겪어야 하니?

도대체 내가 널 뭘 힘들게 하는걸까?

너무나도 기이한  일이 많이 일어났다.

기가 막힌 맘으로 새벽에 달 보며 걸으면서 생각했었다.

'넌 자냐? 잠이 오냐? 난 돌겠다 정말. 그래 너라도 푹 자라.'

점을 보면 뭐 하니? 아는 게 없는데.... 쯧쯧.

지성을 드려야 한다고 속삭이던 그녀는 구안와사가 찾아오고 연락 금지령이 발동된 후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맞은 나는 이리 앓는데 때린 넌 온전하니? '

하지만

점 보시던 선생님 마지막 말씀

혀를 끌끌 차시며 " 너 참 못됐다. 사람 맘을 살살 긁네"

하셨다.

"제가요?"  화들짝


본지가 이년이 되어가고

터덜거리는 기억인데

점사가 나온다는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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