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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Jul 11. 2024

이쁜이. - 4

계란 28  , 환란 중에도 단비는 촉촉히.

늦 가을 아침 감자수프를 준비하는데 "경남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재승오빠가 보내겠다고 한 계란 28이었다.

후줄근한 회색 상하의 트레이닝 복에 검은색 패딩을 입고 야구 모자를 쓰고 그가 왔다.

50대에게 야구 모자란 장동건도 힘들지 않나 싶었다.

'저 인간 성공했다면서 컨셉인가' 했다.

"바쁜시간이지? 커피 마실여유 되니? "

재승오빠 였으면 "이 시간에 왜왔니"라고 툴툴거렸겠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 공손하게

커피 내어주고 십여분쯤 앉아 있다가 서귀포 가는 버스 타겠다고 같이 정류장 가달라고 해서

'진짜 가지가지 하네' 라 생각하면서 데려다주고 버스비 모자르다고 해서 이천원을 빌려주고 헤어졌다.

오후 사무관님 수행원이라고 하면서 검은색 자동차가 두대 왔고 샌드위치 10개를 사갔으며

40만원의 신권이 든 봉투를 받았다.

"아니 50이면 50, 30이면 30이지 이 애매한 액수는 또 무엇"이라 여겼지만 없는 애교 섞어가면서 감사하다했고  다음날은 수행원님들 테이블 예약 하시고 또40 봉투를 받았다. 

" 뭔 밥값을 이렇게 많이 ." 하니

" 받아. 나 가고 수행원 더 가라했어  아무말 하지말고 받아

 그때도 주면 받아 하는대로 식사 내어주고 잘하지말고"

'너 좀 멋있으려하네' 생각했다.

국제 기구에 분쟁 조정위원으로 전쟁 경험이 회사에서 최고라고 전문가라고 재승이가 입이 마르도록 설명을 해줬었다.  "너 알현만 해도 영광이야 인마 확 잡어" 라 당부하면서.


계란 28은 학생때 재승이오빠랑 재승오빠 여자친구인 건아 언니랑 (현재의 와이프이시다) 나랑 저녁 맥주를 같이 마시고 재승오빠가 " 성준이네 갈까"해서 갔었다.

허름했던 건물 복도와 어두웠던 그의 집.

맥주사왔으니 먹을것 좀 내와봐 라는 재승오빠의 주문에 삼십분이 너끈 흐른  후에 계란 밖에 없다면서 너무나도 단정하게 계란 28개를 부쳐 나온 사람. 그래서 계란 28이다.

어느 유학생 모임에도 나오지 않아서 신비한 인물이였다.

미친듯이 공부만 한다고 파트타임 일도 하지 않는다고 정말 공부만 한다고 소문만 흘려 들었었다.

미국에서 그날 보았었고 길에서 한번 우연히 보았으나 굳이 아는척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공항에서 서귀포 넘어가는 길에 한번 서귀포에서 공항 가는 길에 한번 두번을 보았다.

회의 끝나고 밤에 전화와서는 어색 하다가 내가 "계란이 왜 28개였어? 두개는 먹었어? "라고 엉뚱한 질문을 하니 두개는 노른자가 깨졌었다고 그래서 자신이 부치다가 두개를 먹었노라고 해서 웃고 조금 덜 어색해졌다.

-그날 마트세일이여서 계란 두박스 사왔다고 해서-

그 닐 이후로 전화를 이틀에 한번씩은 했었다.

미국에서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에서 나의 시차는 고려하지 않고 새벽 세시에도 네시에도 전화가 왔었고

난 다 받아냈다. 난 분노의 격정 시기를 건너는 중이여서 잠을 이룰 수 없었으니까 내심 계란 28전화가 반갑기도 했었다.


새벽 통화는 영어반 국어반으로 하마스이야기를 해주고 세계정세를 이야기 해주고 무기 관련 이야기도 해주고 난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데 멈추지 않는 그의 강의에 버럭 화를 내지만 그는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이라며계속 설명을 했었다.

내가 "하마스가 어디에 있는 나라야?" 하고 물으니 얕은 한숨을 내뱉으며 "나라 아니야 무장 단체야 이스라엘은 나라고"했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통화와 함께 한 해를 건넜다.


새해가 되고 내가 3월에 서울 갈일이 있다 하니 자신도 회의 일정이 있는데 이리저리 맞춰 볼때니 서울에서 보자 했었다.

더 현대에서 12시에 보자 했고 계란 28이 그러자했다.

더 현대 에서 배낭을 짊어 지고 기다리는데 양복정장에 진회색 코트를  멀끔하게 입은 계란28이 두 팔을 뻗으면서 내게 다가왔다.

"저 인간 왜저러고 와. 뭐야  안을 건가  아니겠지?"

그럴리가.

  가까이 와서는 " 가방 빼"라고 하면서 내 배낭을 가져갔고 " 입 보자 .많이 았네 .다행이다.조심해 " 라고 했다.

그날 백화점에서 난 식료품점 구경에 넋이 나갔고 그는 나를 기다리면서 아이스크림 다섯개를 클리어 하셨고 내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양복과 코트을 휘날리며 구두를 신고 2만 7천보를 걸었다.

새벽에 한국 들어와서 회의 마치고 밤 비행기로 이란으로 넘어 간다면서 백화점 근처를 구경했고

-백화점내에 사람 많다고 짜증을 계속 내서 밖으로 나가야 했어야만 했다.-  헤어질 무렵 그가 내 손을 잡으려하는 느낌이  슬쩍 느껴졌는데 내가 정색하며 "오빠 이건 싫어"라고 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은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는지 모른다.

"미친년 잡아 잡아 발이라도 잡아, 저 사람 연봉을 생각하고 정년도 없대 텍사스에 땅도 있데 너 돈거냐? 잡아 잡아 삼년 취리히 근무도 한다잖아 너 언제 스위스 가볼래? 네 인생에 다리미야 인간아"

결국 난 손을 꼬옥 말아 주먹을 쥐었고 계란 28은 "실패"라고 희미하게 말했다.

그때 내 머릿속에 재승이가 미리 말해준 계란 28의연봉과 회사내의 입지와 텍사스 땅의 정보대신

내 배낭을 들어 주려 했던 뻗은 팔과 오후 내내 짐을 들고 같이 걸어 준 인내심을 생각했었다면

손을 미친듯이 꼭 부여잡고  웃었을수도.

그 이후에도 별다르게 달라진건 없지만 일단 전화 횟수는 눈에 띄게 줄었고 통화 시간은 짧아졌다.


얼마전에 주말 뉴스에 그가 그의 회사 회의장을 뛰는 모습이 잠깐 나왔다.

멋있었다. 화면으로 보니 홀딱 반하겠더만.

아무튼 살다보니 50년 살다보니 남자가 내 손을  잡으려고 하는 일이 있구나

뿌듯했었다.

저리 멀쩡한 인간이 나를 왜? 라 생각했지만 뿌듯하긴 뿌듯했었다.

입은 돌아갔고 마음도 피폐했었으나 계란 28은 촉촉한 단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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