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이사장 Jul 04. 2024

이쁜이. -2

 헤집어진 내 꽃밭. - 브런치 작가

일주일이 지나 동생이 펜션에 가서 하루 지내고 오자 했다.

근사한 펜션에서 맞이한 새벽

비바람 부는 펜션 수영장 바닥에 머리를 박고 생각했다.

"왜, 왜. 왜"

알 수 없었다.


브런치 작가 지원을 해보겠단 맘과 시도는 두 번의 낙방 끝에 흐지부지 되었었는데 뭔가 해봐야겠다 싶어서

9월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나의 영어 과외 첫 학생이자 결혼을 하고 임신 중인 소영이가 자신이 정리 작업을 도와주마 했었다.

가게 마감하고 어둑어둑한 바깥세상의 배경에 에어컨 찬기 도는 가게, 노트북을 앞에 두고  아무 글도 못쓰고 있던 나는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가게 이야기,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모아 쓸 예정이었는데,

어투와 의도가 맞지 않는다는 그의 언급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했다.

난 재미있고 소소하고 귀중한 내 손님들과 나와 내 음식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그게 내가 열심히 가꾸고 있는 내 꽃밭이었는데 나에게 무엇보다 소중했는데 이 모든 것이 한방에 날아간 느낌이었다.

'그도 내 꽃밭이었는데 난 뭐를 잘못했서 꽃밭은 이렇게 헤집어진 걸까.'

고개를 떨구고 생각하고 생각하려 했는데 냉기 가득한 실내에서 이마에서 땀만 뚝뚝 흐를 뿐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하고 일주일을 보냈다.

공무원인 소영이가 퇴근 후 고운 분홍 원피스를 입고 가게에 왔고 내가 쓴 글을 편집하고 난 옆에 앉아 있다가 그의 이야기를 했다.

입술을 단호하게 앙 닫고 매서운 눈빛으로 변한 소영이가 "절대 연락하지 말아요. 조엔은 안되는데 절대 하지 말아요 알겠죠?"

하면서 몇 번의 다짐시키고 또 확인했다.

"죠엔은 맘이 너무 약해 , 연락하지 말아요"

그녀가 단호했다.

실내에 가득 한 냉기와 소영이의 단호한 주의와 겨우겨우 써 내린 가게 이야기들이 조각조각 떠다니던 9월이었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구안와사는 회복이 더뎠다.

초반에 나을 듯하다가 다시 심해져서 한의사 선생님도 의아해하셨고 오후에는 한의원 가느라 일주일에 세 번씩 가게를 비워야 했었다.

모든 게 엉망이었다.

 "비참"을 느낀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 손님들은 빛났다..

한의원 가는 시간 피해서 미리 연락 주시고 퇴근이 이른 날은 근처 카페에서 시간 보내시며 기다리셨다 했다.

서울에서 오신 손님께서는 브런치 작가됨을 축하한다며 이름이 새겨진 연필과 만년필을 선물해 주셨다.

어찌 지나간 시간이었나 되짚고 싶진 않으나 스치는 기억마다

입 삐뚤어진 사장에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대해주신 손님들께 감사하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은  얼마나 우아한 배려인가.

6개월쯤 지나고 나를 보시던 손님이 "됐다"를 외치셨다.

"너무 더디게 나으셔서 걱정했어요 이제 나았네요 됐어요"하셨다.

꽃밭은 헤집어졌지만 꽃들을 여전히 강건했다.



11월.

소영이가 그렇게 여러 번 주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에게 편지를 썼다.

다 차단되었다고 생각하니 방법이라고는 편지 밖에 없었다.

그때 난,

하루에도 몇 번씩 모멸감이 훑고 지나갔고 잠을 이루지 못해 새벽 어둑한 길을 걸었다.

"난 사적인 감정이 없었는데. 그렇게 생각했다면 너의 오해야"라고 편지를 썼고 우체국에서 등기를 보냈다.

등기를 보내고 돌아와서 앓아누웠고 후회가 밀려왔다.

"경남아, 이게 ' 당신이 오해한 겁니다.'라고 하면 그가' 오해였군요.' 하는 게 아니잖아. "

앓아누웠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체국으로 바로 가서 반송을 신청하고 다행히 반송이 가능하다는 말에 다리에 힘이 풀려 들어왔다.

하지만 그 편지가 미친 듯이 그의 집으로 향할듯한 불안함에 그 주에는 일주일에 세 번 우체국에 들려서 반송 확인을 했다.

너무 바빴던 일상의 흔적.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알 수 없었던 그의 생각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오해였다 한들  그리 생각했다면 어때서..

20대 13년을 좋아했던 사람이 결혼을 하고 일주일 앓아눕고 3kg 감량되었는데

50대 난데없는 벼락에 3개월 동안 12kg 감량되었다.

이 동안 내가 먹은 식사량은 평소에 일주일치 분량이 이었을 것이었다.

구안와사가 시작이었고 그의 큰 도움이 뒷받침이 일궈낸  결과이다.

12kg 감량된 나는 예쁘지 않았다.

맘고생이 다이어트에는 직빵인 듯 하지만 다들 "어디 아프세요?"라 한다.

기분 흐리게...

이전 01화 이쁜이.-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