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없는 잔디를 깔아놓고 지그시 밟으면
잔디를 정복한 것인가?
아름다운 장미를 키워내 모질게 꺾으면
장미를 정복한 것인가?
산을 깎아 도로를 내고 아파트를 세우면
산을 정복한 것인가?
망망대해에 크고 작은 배를 가득 띄워 놓으면
바다를 정복한 것인가?
아니다.
인간은 잔디에게 이용당하고,
장미에게 유린당하고,
산과 바다의 심기를 건드렸을 뿐
지구의 그 무엇도 정복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불쌍한 건
지배자의 마음으로 지구를 대하는 탐욕과,
지구를 지배했다 여기는 하찮은 오만…
어쩌면 인간은...
자신의 마음조차 어쩌지 못하는
가장 나약한 존재일지도,
그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
그렇게 탐욕스럽고, 오만한지도...
그러한 인간이
지구를 망쳐놓고
이제는 우주를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