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산책
반송 느티나무도서관
동네 뒷산엔 분명 느티나무 몇 그루 자라고 있을테고, 그 산자락에 도서관이 있으니 이곳은 사시사철 나무와 풀 냄새가 날 것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시장 바닥으로부터 사람 사는 냄새 또한 스며드니, 이른바 동네 도서관이다.
냄새 하면 생각나는 소설이 강신재의 단편소설 ‘젊은 느티나무’다. ‘그에게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로 시작되는 소설은 ‘나는 젊은 느티나무를 안고 웃고 있었다. 펑펑 울면서 온 하늘로 퍼져가는 웃음을 웃고 있었다. 아아~ 나는 그를 더 사랑하여도 되는 것이었다.’로 끝이 난다. 느티나무의 싱싱함을 닮은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담았고, 소설 속 느티나무는 청순함이며 젊음이고 사랑의 상징이다.
반송 느티나무도서관은 안팎으로 온통 연두와 초록의 옷을 입고 있는 도서관이다. 동네의 골목길을 지나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곳이 동네 젊은이가 꿈을 키우는 곳이 되고, 영유아 아이들을 싱싱한 느티나무로 키우고 있는 젊은 어머니 아버지들의 장소가 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책가방을 든 학생과, 퇴근 후의 젊은 남녀, 장사를 하다가 잠시 짬을 내어보는 상인들, 돋보기를 낀 노인. 동네 사람들이 무시로 드나드는 마을회관 같은 도서관이다. 애초에 도서관으로 설계되지 않은 작은 건물이지만, 그 한계를 무릅쓰고 연두에서 초록으로 색을 더하며 무럭무럭 커 가고 있는 도서관의 생명력. 아마도 그곳이 생활에서 연장되는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 아닐까?
둥근, 혹은 삼각형의 창을 통하여 시장의 냄새가 스미고, 두런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온들 문제 될 게 없다. 책의 향기가 그중에 으뜸일 것이며, 책 읽는 소리가 그 모두를 덮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