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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려고 하지 말기

by 덕후 미우

나는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전업 작가가 아님에도 2010년부터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쓰는 글은 어떤 공모전에 응모해 작가로 등단하기 위한 소설이나 에세이가 아니라 블로그에 쓰는 짧은 글이다. 짧은 글이라고 해도 블로그 상위 노출을 위해 기본적으로 1,500자 이상 적어야 하다 보니 200자 원고지를 기준으로 보면 최소 7~8장이 되는 분량의 글을 쓰고 있다.

처음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없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치 일기장에 적는 것처럼 적었다. 그리고 블로그를 하면서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블로그로 돈을 벌려고 한다면 상위노출을 위한 최소 분량의 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상위노출을 위한 제목도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가볍게 시작했던 블로그 글쓰기가 대단히 복잡해졌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것을 유의해서 글을 쓰려고 하기 보다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있다. 덕분에 블로그를 통해 크게 돈을 벌 수는 없어도 오랜 시간 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우수 블로그로 선정되기도 했다.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원고료 협찬을 메일로 받는 블로그로 성장했다.

아직 전문가들과 비교한다면 턱 없이 낮은 레벨이라고 해도 블로그로 그럭저럭 내 생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이 정도면 블로그를 꾸준히 한 가치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할 수 있는 건 잘 쓰려고 하기보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가볍게 쓰고자 하는 것이다. 비록 그 글이 당장 상위 노출은 되지 않을 지언정 내가 쓴 글이 쌓이다 보면 어느 새 내가 글을 쓰는 분야에서는 내 글이 상위노출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글에 노출 순위가 밀렸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도 없다.

내가 블로그에 쓰는 글은 원고료를 받지 않는 이상 나의 개인적인 욕구를 풀어내기 위한 글이니까. 욕심을 품으면 좌절하게 된다.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말자. 꼭 상위 노출을 하려고 하지 말자. 블로그를 취미로 시작했다면 남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자 하는 욕구를 버리자. 그러면 블로그를 나처럼 10년이 넘게 꾸준히 할 수 있다. 10년 넘게 블로그에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글을 쓰면서 내공을 키우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나를 전문가로 대우해준다.

나는 그렇게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로 선정되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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