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너희의 사랑이 필요해
중년 아빠와 초딩 자매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5)
사람을 잘 믿지 못한다.
애교가 잘 없다.
장난을 잘 안 한다.
이런 내가 먼저 다가가서
장난을 치고, 애교를 부리고, 한 없이 믿고, 사랑스러워하고 사랑을 주고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
바로, 사랑스러운 나의 두 딸이다.
(아내가 들으면 본인이 1순위가 아니라고 서운해할지 모르겠다... )
그런데 세상 그 어떤 인간관계보다 딸아이들과의 관계가 자꾸만 어렵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는 안 그러더니
이젠 2학년이라고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내가 다가가서 안아줘도 숨 막힌다며 자꾸 피한다.
내가 장난을 치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날도 있다.
한 참 자기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딸들에게
"이제 아빠도 TV 좀 볼게. 아빠한테 양보해 줘"
라고 말했더니 굉장히 차갑고 퉁명스러운 말투로 거절한다.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는 딸들 옆에 스윽 다가가서
장난감 하나를 슬쩍 감췄더니
소리를 빼액 지르면서 엄마를 부른다.
같이 산책을 나가자고 하면
쳐다보지도 않고
"싫어. 집에 있는 게 좋아"
라고 한다.
정말 참 별 것 아닌 일이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이니 충분히 할 수 있는 그런 행동이다.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도 매번 그런 장난과 요구를 하는 나도 참 문제다.
그런데... 그걸 다 알면서도
나는 어찌 그리 서운하고 상처가 되고
내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나는 아빠고, 부모니까
내가 더 큰 마음으로 아이들을 이해하고 포용하고,
더 큰 사랑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채워줘야 하는데...
그게 마땅한데.
나는 가끔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기도 한 것 같다.
그걸 확인하고 싶은 모양이다.
어른스럽지 못 한 부족한 아빠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게 그런 마음이 있나 보다.
"사랑은 주는 것이 더 큰 사랑이다. 받을 생각을 하는 것은 계산이다.
더 많이 주고 더 많이 사랑하라"
....라고 책에는 쓰여 있던데.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인가 보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잘 안 되네.
주고받는 것이 사랑 아닌가 싶기도 하고,
초등학교 2학년한테 너무 기대가 컸나 싶기도 하다.
이러다가도 나한테 와서 안기고 웃어주면
그냥 나도 마음이 풀어져서 환하게 웃게 된다.
문득 나의 부모가 생각이 났다.
나에게 항상 무언가를 서운해하던 부모...
그분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전화기를 열고 카톡을 보냈다.
"식사는 하셨어요?"
별거 아닌 일에 삐져서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부모의 마음을 잘 헤아려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나의 부모에게도 미안한...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