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서 #6
일 년 새 벌써 두 번째 이직이다. 을지로3가에 있던 두 번째 회사에서 판교에 있는 세 번째 회사로, 다시 가산디지털단지 쪽에 있는 네 번째 회사로. 첫 회사는 합정에 있었다.
이직을 하면 가장 걱정되는 것은 새로운 회사에서 과연 잘 적응할까도 일을 잘할까도 아니오, 새로운 사람들과 잘 어울릴까도 아니다. 과연 출근길이 얼마나 험난할 것인가. 출근길이 가장 큰 걱정거리.
일산에 살고 있는 턱에 출근길이 쉽지만은 않다. 목적지가 어디든 마을버스를 타야지만 전철역에 갈 수 있다. 대게 “일산에 살아요.”라 하면 “일산에서 한 번에 오가는 버스 있지 않아요?”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일산이 얼마나 넓은지 모른다. 그리고 보통 고양시에 사는 사람들은 저가 사는 곳을 설명하기 귀찮아 ‘그냥 일산’으로 퉁친다는 것도.
학생일 땐 모든 회사의 출근 시간이 같거니 했다. 이게 웬걸. 막상 회사원이 되니 회사마다 출근 시간이 천차만별이다. 크게는 두 시간이나 차이가 났다. 그러다 보니 회사 따라 출근길의 모습도 꽤나 달라졌다. 7-2에서 타던 전철을 6–1에서, 다시 1-1에서 타기 시작했다. 6호선으로 환승하다가 신분당선으로 이번엔 1호선으로 바뀌었다. 7시 30분에서 8시로 그리고 6시 55분으로 집에서 출발하는 시간 역시.
어제 잠을 설친 덕에 늦은 새벽에 잠이 들어 두어 시간도 채 자질 못했다. 일어나 거울을 보니 눈이 조금 빨갰다. 실로 오랜만에 나의 피곤한 눈을 보았다. 출근길이 고될 것 같았다. “엄마, 나 갈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여름이야 해가 빨리 뜬다지만 겨울의 중심에 있는 오늘은 해도 뜨지 않은 시간이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나와 전철로 갈아탔다. 조금 늦더라도 보다 더 편하게 가기 위해 두어 대의 전철을 보내고 텅 빈 전철에 올랐다. 늘 하던 게임을 켜고 오늘의 미션을 끝냈다.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자잘한 루트는 바뀌지 않았다.
문득 이른 기상과 출근도 나쁘지만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걱정보다 상쾌했다. 이번 출근은 시작이 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