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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Dec 17. 2019

출근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서 #6


 일 년 새 벌써 두 번째 이직이다. 을지로3가에 있던 두 번째 회사에서 판교에 있는 세 번째 회사로, 다시 가산디지털단지 쪽에 있는 네 번째 회사로. 첫 회사는 합정에 있었다.


 이직을 하면 가장 걱정되는 것은 새로운 회사에서 과연  적응할까도 일을 잘할까도 아니오,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릴까도 아니다. 과연 출근길이 얼마나 험난할 것인가. 출근길이 가장  걱정거리.

 일산에 살고 있는 턱에 출근길이 쉽지만은 않다. 목적지가 어디든 마을버스를 타야지만 전철역에 갈 수 있다. 대게 “일산에 살아요.”라 하면 “일산에서 한 번에 오가는 버스 있지 않아요?”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일산이 얼마나 넓은지 모른다. 그리고 보통 고양시에 사는 사람들은 저가 사는 곳을 설명하기 귀찮아 ‘그냥 일산’으로 퉁친다는 것도.


 학생일 땐 모든 회사의 출근 시간이 같거니 했다. 이게 웬걸. 막상 회사원이 되니 회사마다 출근 시간이 천차만별이다. 크게는 두 시간이나 차이가 났다. 그러다 보니 회사 따라 출근길의 모습도 꽤나 달라졌다. 7-2에서 타던 전철을 6–1에서, 다시 1-1에서 타기 시작했다. 6호선으로 환승하다가 신분당선으로 이번엔 1호선으로 바뀌었다. 7시 30분에서 8시로 그리고 6시 55분으로 집에서 출발하는 시간 역시.

 

 어제 잠을 설친 덕에 늦은 새벽에 잠이 들어 두어 시간도 채 자질 못했다. 일어나 거울을 보니 눈이 조금 빨갰다. 실로 오랜만에 나의 피곤한 눈을 보았다. 출근길이 고될 것 같았다. “엄마, 나 갈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여름이야 해가 빨리 뜬다지만 겨울의 중심에 있는 오늘은 해도 뜨지 않은 시간이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나와 전철로 갈아탔다. 조금 늦더라도 보다 더 편하게 가기 위해 두어 대의 전철을 보내고 텅 빈 전철에 올랐다. 늘 하던 게임을 켜고 오늘의 미션을 끝냈다.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자잘한 루트는 바뀌지 않았다.

 문득 이른 기상과 출근도 나쁘지만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걱정보다 상쾌했다. 이번 출근은 시작이 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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