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중국] 상식, 신뢰, 꽌시

상식이 통하지 않고 신뢰가 결여되어 꽌시가 필요한 곳?

by 햄통
배2.jpg 이 글은 작년에 쓴 글이지만...마침 1년이 되었네

11월 들어 매주 두번씩 비행기를 타고 있는 가운데... 오늘 아시아나를 탔다. 중국 국내선만 줄기차게 타다가 간만에 아시아나를 타니 어찌나 감회가 새롭던지. 비행기는 깨끗하고 넓고, 승무원은 깔끔하고 예쁘고 목소리 톤이 좋다. 행동이 빠르고 센스 있다.


중국에 살면서 느끼는 건 전반적으로 센스가 부족하다는 거다. 예를 들어 4명이 식당에 가서 국을 시키고, 나눠먹을 빈 그릇을 부탁했는데 한 개만 갖다준다든지, 3명이 디저트샵에 가서 케익 하나, 아이스크림을 하나 시켰는데 포크와 스푼을 하나씩만 준다든지.


중국에 오기 전, 중국 친구가 내게 말했다. “상식이 통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얼마 전 상해에서 오는 중국동방항공 비행기. 안 그래도 좁은 비행기였는데 맨 뒷자석에 앉아서 각종 소음에 시달렸다. 화장실에 가려는 사람들이 들락날락 거리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내 앞에 줄을 서고, 화장실 물내려가는 소리가 5분마다 한번씩 들리고, 승무원들이 달그락달그락 거리며 음료를 준비하고... 으아아아아.


하이라이트는 착륙 1시간 전쯤이었다. 비행기가 안정궤도를 비행하고 있는 사이, 옹기종기 모인 승무원들이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담소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서, 자기들끼리 깔깔대고 꺄륵거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도서관처럼 조용한 비행기 안에서 말하는 사람들은 그들 뿐이었다. 짜증날 정도로 엄청 시끄러웠다.


20여분쯤 후, 계속 상을 찡그리고 뒤쪽을 힐긋힐긋 쳐다보던 옆줄 여자가 급기야 승무원 호출 버튼을 눌렀다. 남자 승무원이 나타나서 여자 승객의 민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후 뒤로 들어갔고 수다소리는 잦아들었다. 태어나서 승무원들이 떠들어서 괴로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중국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상식이 통하지 않...


그럼에도 한편으로, 중국 동네방네를 다니면서, 한국적 사고와 시각으로 함부로 중국을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생각하는 요즘이다. 2주 전 갔던 광둥성은 실내에서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었는데, 지난 주 갔던 칭하이성에는 눈이 펑펑 내렸다. 어디는 여름이고 다른 어디는 한겨울인 나라다.

IMG_4630.jpeg 2018년 11월의 칭하이


칭하이성 당서기가 우리측에 한국의 인구를 물었다. 5200만명이라고 하니 ‘그럼 절강성 인구와 비슷하군요’ 라고 답했다. 한 나라의 인구가 고작 한 나라의 성의 인구와 맞먹다니. 굴욕인가 싶다가도, 어쩌면 그들은 한국 뿐 아닌 다른 어떤 나라라도, 그 규모를 이런 식으로 가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캄보디아 인구는, 캐나다 인구는, 영국 인구는... 우리나라의 어떤 성에 상당하는구나, 하고.


어쨌든 한 나라에서 계절이 다르고, 어떤 나라의 인구에 맞먹을 만큼 많은 인구가 사는 성이 30여개 합쳐진 나라라니. 그런 나라를, 한국을 보는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되는 게 당연하잖나.


58同城이라는 앱이 있다. 온갖 잡일에 관련된 인력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편리하다. 일반 집안 청소, 에어컨, 세탁기 청소, 이사 및 이사 청소, 아이 돌보미, 가구 조립 및 인테리어, 집 구하기, 중고차 매매 등... 범위도 넓지만 혼자 하기 어렵거나 귀찮은 사소한 일을 맡길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어제는 2시간에 80위안(15000원)을 주고 집안 청소를 했다. 시간을 정하고 예약하고 지불하는 과정이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순탄하고 편리하다. 전에는 인터넷에서 DIY조립 신발장을 샀는데, 바쁘고 귀찮아서 58同城에서 (말 그대로) 사람을 사서 조립했다. 이들의 특징은, 뭐든 시키면 다 하나, 그다지 잘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사실은 가격이 싸다고 하기 어렵다. 싼 만큼 퀄리티가 떨어진다.


집안 청소든, 가구 조립이든 대회 나가고 출품할 것도 아니고, 사실은 대충 해도 된다. 한국에서는 ‘뭐든지’ 더 나은, 더 완벽한, 더 손해보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고 추구한다. 소비자는 기대하고, 생산자는 소비자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비난받는다. 그래서 웬만하면 다 편리하고 깨끗하고,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이다. 대신 피곤하다.


여기서는 그저그런 돈을 내고 그저그런 품질을 제공받는다. 소리치고 불만을 표시해도 소용없다. 서로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는다. 더 좋은 퀄리티를 원한다면, 돈을 더 내면 된다. 중국에서 돈을 주고 얻을 수 있는 좋은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무서운 시장이다.


최근에 58同城에서 집을 알아봤었다. 너무 괜찮아 보이는 집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아는 중개인이 소속된 회사에서 올린 집이었다. 위챗으로 연락을 해서 물어봤더니 바로 말하기를 그 매물은 가짜란다. 그런 가짜 매물을 노출하고 나서 보러 가자고 약속을 잡은 뒤, 더 싸다는 둥 더 낫다는 둥 다른 데를 보여주면서 계약의 기회를 잡는 식인 거다. 난 그날 새삼 꽌시(关系)의 중요성을 느꼈다.


아는 사람, 신뢰관계가 있는 사람, 믿을 만한 사람, 증명된 사람에게는 사실을 말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떤 거짓도 말할 수 있다. 나라가 크고 별별 사람이 다 있으니,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결여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아는 사람과 아는 정보에 의존하는 꽌시가 발달한다.


IMG_4662.jpeg 그나저나 칭하이성에서 먹은 이 요거트 진짜 넘나 짱짱 맛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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