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설가 지망생이다. 등단이 되기 전까지는 숨어 사는 존재다. 어디서 소설 쓰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고 뜻이 맞는 사람들이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수줍게 소식을 전한다. 이번에도 등단에는 실패했다고. 수많은 공모전에 낙선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선자나 입선자는 한 명일 텐데 수많은 도전자들의 수고는 그들만의 몫일까? 응모에 들인 수많은 시간들의 몫은 어떻게 계산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묘한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낙선 소식과 이벤트 참여를 독려하는 자본주의 친화적인 문자메시지
이 문자메시지를 받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면접비'였다. 면접을 보러 가면 모든 참여자에게 면접비를 주었다.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서 들인 수고와 교통비, 그리고 미리 떨어진 사람을 위한 위로와 합격한 사람을 위한 축하를 담았을 것이다. 읽어야지. 읽어야 하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어떤 문제가 벌어지고 있고,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접속해야 나의 소설도 사회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클럽창비에 가입했다.
언박싱을 자꾸 미루다 보니 언박싱이벤트 유혹이 달콤하게 노크한다. 나는 유혹에 넘어가며 이렇게 글을 쓴다.
앞뒤좌우를 정성스럽게 꾸며서 언박싱하는 재미가 있었다. 소설과 비소설, 시를 한 권씩 선택할 수 있었다.
언박싱은 언제나 가슴 설렌다. 남의 언박싱을 탐내지 말지어다! 학용품을 몇 개 담아주기는 했지만 읽고 싶었던 책들이 계간지와 담겨 있어서 즐거웠다. 클럽창비 특별 셀렉션은 잘 보관해두면 나중에 비싼 값으로 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본주의적인 상상을 했다. 비매품의 값어치는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창비가 없어진다면 값이 더 나가겠지^^ 흐흐)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돌봄에 대한 주제를 다뤘다. 사유레터에서도 돌봄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어서 구경을 했는데, 찬찬히 살펴보면서 돌봄을 어떤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겠다. 나는 청소년 연애스쿨을 구상하고 있는데, 연애에 있어서 돌봄과 자기 돌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관계에 있어서 돌봄 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지 아직은 막연하지만 고민의 쳇바퀴를 돌려봐야겠다.
일단 목표는 다음 박스가 올 때까지 <창작과 비평 2024 가을>호를 완독하는 것이다. 단행본들은 선택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