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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터 May 28. 2023

성장이 무엇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발버둥치고, 돌이켜보고, 배우고, 그리고 나누기

#인프런 에서 스승의 날을 맞이해 지식공유자(강의 제공자)에게 보내주신 키트를 받아봤다.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라는 뜻에 맞춰 케일 키우기 세트 등이 포함된 굿즈 패키지였다.



지금은 이런저런 기고며 강의며, 출판이며 하는 것들을 하고 있지만 실은 지난해 이맘 즈음, 나의 업무는 매일매일이 고비였다. 산업과 직무가 모두 바뀐 이직 앞에,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이 무용해졌다. 기획자나 PM이라는 말은 산업마다, 조직마다 그 형과 태가 너무 달랐다. 이런 상황을 공격적으로 타개하지 못하는 조심스러운 성격 탓에, 자신감도 바닥이었다. 


다만 단 하나, 나의 습관만큼은 달라지지 않았다. 새로 듣거나 익힌 파편적인 지식의 맥락을 엮는 것, 그러기 위해 매일 공부하는 것, 그렇게 이해하게 된 것을 바로 글을 통해 정형화시키는 것. 달라진 환경 앞에서도 나는 나의 방식으로 다시 또 새로운 하루의 방황과 고민을 타개하고, 조금씩 적응해 나갔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모든 게 달라졌다.


첫째로 업무가 자연스러워졌다. 기획자이자 매니저로서 내가 해야 할 일과 내 업무의 핵심과 본질을 둘러싼 모든 배경과 맥락, 이유가 내 머리에 정리되자, 새로운 무언가에 크게 당황하지 않게 되었다. 응용이 가능해졌고, 설령 무언가를 놓치거나 망치더라도 그게 어떠한 부분이었는지 조금 더 분명해졌다


둘째로, PM 너머 팀의 리더로, 정말로 제품과 이를 둘러싼 '매니저'로서 일하게 되었다. 더 이상 대표님은 팀의 현황을 일일이 묻거나 함께 스크럼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유를 묻자 대답은 간단했다. '네가 알아서 잘하니까.' 그 뒤론 팀의 연간 전략도 내 몫이 되었다. 


물론 이에 따라 더 크고 깊은 고민들이 생겨났다. 리더십, 팀의 생산성과 동기부여는 평생 나 하나만을 화두로 품고 살아온 내게는 낯설고 또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동시에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그 고민들이 나를 파멸시키지 않을 것임을, 다시 또 맞부딪히고, 회고하고, 정리하고, 나누다 보면 언제고 이 역시 자연스러워질 것임을 알게 된 탓이다. 


셋째로, 강의나 강연 등 생각지 않았던 기회가 찾아왔다. 내가 앓고 지나간 그 고민의 결과나 몸부림의 흔적이 지금 누군가에겐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이는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것을 다시금 정리하고, 의심하게 만들며 경험과 앎, 배움이 선순환의 플라이휠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새는 내가 존중하고 또 신뢰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글을 쓰거나 간단한 강의를 만들어보라고 권유한다. 나보다 더 먼저 커리어의 고민을 밟아왔고, 그래서 나보다 훨씬 빛나고 총명한 이들에게는 분명 그럴만한 소재-지식과 경험, 그리고 노하우-가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게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녔는지도 몸소 알게 되었으니까.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뒤로, 성장은 늘 주요한 화두였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예전엔 성장을 막연하게만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호승심 하나만으로 땅바닥을 짚으며 수영하는 기분으로 몇 년을 보낸 것 같다. 그래서 정체도 알 수 없는 어딘가에 늘 화가 나 있었고, 불안해했고, 자주 과거를 후회하고 지금의 나를 연민했다. 


그런데 이제와 보니 성장은 낮에는 열심히 몸부림친 뒤에 밤에는 돌이켜보고 이를 나누는 것, 이를 통해 조금씩 나아지는 것, 단지 그것뿐이다. 성공은 몰라도 성장이 무엇인지는, 이제는 조금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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