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달성과 관리 너머, Thinking Partner로서의 PM
PM으로 일하다 보면 언젠가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는 좋은 PM일까? 아니면 아직 멀었을까?" 조금 더 나아가면 "좋은 리더의 기준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팀을 이끌든, 프로젝트를 조율하든, 결국 누군가는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그 역할을 PM이 맡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그 기준을 스프린트의 완수 여부에서 찾습니다. 계획한 기능을 얼마나 제때 배포했는지, 실험을 몇 번이나 설계하고 실행했는지, 혹은 KPI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지표 삼기도 합니다.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성과는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PM, 혹은 리더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PM의 일은 종종 고객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기획하는 데 머무르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손에서 제품이 완성되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중간 과정에서 PM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팀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풀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PM이 단순히 ‘계획을 잘 지키는 사람’이나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만 인식되는 것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팀원들의 고민을 듣고, 그 고민에 함께 매달리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주는 Thinking Partner로서 인정받는 순간이야말로 PM의 진짜 가치가 드러나는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처음 그런 역할을 맡았을 때, 솔직히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내가 과연 정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팀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 혹은 내가 충분히 똑똑하고 경험 많은 PM일까 하는 의문이 따라붙었습니다. 지금도 모르는 것이 많고, 때로는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못 잡을 때도 많으니까요. 알거나 확신하는 게 10이라면, 모르거나 확신하지 못하는 건 90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이 하나둘씩 제게 저마다의 고민을 가져오고, 제 의견을 묻고, 때로는 미숙한 제 설득에 귀 기울여주며 함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경험할 때면 안도하게 됩니다. 완벽한 리더나 PM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아주 못난 리더는 아니라는 작은 확신이 생겨서요.
좋은 PM의 기준은 외형적인 지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나를 믿고, 자신의 문제를 들고 와 함께 풀어갈 수 있는 파트너라고 여길 때, 비로소 PM은 ‘좋은 리더’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