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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 May 24. 2020

사랑의 원형, 끊이지 않는 사랑 노래

안드레 애치먼의 『파인드 미』를 읽고

영화와 덩달아 많은 사랑을 받은 소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하 『콜바넴』)의 속편 『파인드 미』가 나왔다. 안드레 애치먼이 영화를 보고 나서 집필을 시작한 소설이라 영화의 팬들에겐 더욱 의미가 크다. 총 네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번 소설집은 시차를 두고 각각 엘리오의 아버지 새뮤얼, 엘리오, 올리버, 엘리오의 시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각 이야기의 제목은 ‘템포’, ‘카덴차’, ‘카프리치오’, ‘다 카포’로 음악 용어를 차용하고 있어 그 내용을 유추해보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제2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기대하며 읽기보다는 그로부터 영감을 받은 평행우주 속 이야기로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실제로 두 소설 간에는 시간적으로 다소 어긋난 지점이 있다. 물론 저자의 섬세한 문장과 표현은 여전하다. 수려하면서도 거침없이 솔직한 관능적인 사랑의 향기가 문장마다 가득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떻게 알죠?” 내가 되물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쳐다볼 뿐 시선을 내리지도 않았다. 습격의 기회를 노리는 내 장단에 휩쓸리지 않았다. “나도 똑같으니까요.”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를 꿰뚫어 본 것이다. 그걸 내가 안다는 것도. 하지만 내가 우리의 유쾌한 논쟁을, 내 입에서 나오는 단 한마디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그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모를 수도 있었다. 특별하게 중요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우리가 평생을 알아 와서 서로 익숙해도 서로에 관한 관심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사이 같았다. 그녀를 어루만지고 감싸 안고 싶었다. (「템포」, 51-52p)


『파인드 미』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나이와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사랑, 그러니까 사랑의 원형 자체다. 주변의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게 되고, 나를 알아주는 상대와 상대를 알아주는 나만이 중요해지는 순간들. 이 소설집에는 그 순간들에 대한 장면들이 가득하다. 서로를 만나기 전에 지나쳐온 관계들을 부정하지 않고 기꺼이 그 기억들까지 함께 가져가는 모습이 특히 아름다웠다. 지난한 현실을 초월해버리는 사랑, 오로지 상대의 눈빛과 손길만이 중요한 순간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사랑 노래.


물론 엘리오와 올리버의 ‘단 하나의 특별한 관계’에 대한 암시는 첫 소설부터 계속 이어진다. 20년이 흘러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한 이들이라면 이 책에서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올리버의 시점에서 바라본 그들의 관계가 궁금한 이들이라면 더더욱!


“연락 안 한 지 오래됐어요. 친구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앞으로 언제까지나 친구일 거예요. 그 사람은 항상 날 너무 잘 읽었거든요. 내가 편지를 보내지 않는 건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그를 생각하고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기 때문임을 알 거예요. 그가 여전히 날 생각하고 그래서 편지를 보내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아는 것처럼.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카덴차」, 165p)


*반디앤루니스 펜벗 10기 활동으로 작성된 원고입니다.

원문: http://blog.bandinlunis.com/bandi_blog/blog/blogMain.do?iframe=viewPost.do&artNo=46088503


글. 비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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