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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Uye Nov 25. 2018

반짝이는 것

출근길 소소한 풍경


월요일 아침은 유난히 부산스럽다. 나는 조금 이른 열차를 타고도 발 디딜만한 공간만 얻어 겨우 몸을 실은 후  출입문 옆에 최대한 납작하게 기대어 차창 밖 풍경에 시선을 고정했다. 먼 거리를 오가느라 몸 녹일 틈 없었던 창에 바깥공기가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이슬이 됐다. 수백 개의 점들이 세찬 바람을 견디다가 열차의 속력을 이기지 못해 창가엔 때 아닌 비가 내렸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창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흐려지고 말았다. 나는 사람들 틈새에 완전히 몸이 꽉 끼어버린 탓에 고개를 돌릴 틈도 없이 창에 남겨진 뭉그러진 형태를 몇 번이고 스쳐 보냈다. 어디를 지나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뿌연 풍경을 지날 때 햇빛이 아른거렸다. 건물 사이로 작은 빛이 나타났다가 다시 가리어지기를 반복해 몹시 눈이 부셨다.
 
반짝거리는 것은 반짝이는 것일까 반짝이게 되는 것일까. 보석을, 깊은 밤 쏟아지던 별빛을, 바다 위 흩뿌려져 알알이 빛나던 햇빛을 떠올려 본다. 그것들은 대개 깨지거나 깎여야 했다. 때로는 몇 광년의 거리만큼 수도 없이 일렁이며 긴 시간을 지나왔겠지. 하지만 그것들은 이미 빛을 품고 있었다. 단지 그것이 누군가의 두 눈에 닿기까지 숱한 과정과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몇 개의 건물이 햇빛을 막아낼 때 반짝임을 목격했듯 나는 반짝이기 위해 나를 가로막는 몇 번의 어두움을 필요로 한다. 설사 잠시 동안 내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순간을 위한 어떤 모양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겐 분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반짝이는 두 눈과 두 귀를 반짝 뜨이게 할 만한 명확한 목소리가 있다. 그래서 반짝하고 사라지는 서러움은 나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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