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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마주마 Jan 30. 2024

김치와 나의 할머니

그리고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집착

할머니 댁은 하남 외곽의 조그만 시골동네이다.

집집마다 뒷산에 작은 텃밭을 가지고 먹을거리를 키워 먹는다.

 어릴 적에는 밭에서 밤서리도 하고, 볏단을 헤치며 놀기도 했다.



사춘기를 지나며 외할머니댁의 방문은 줄어들었고,

성인 되어서는 외할머니의 존재를 거의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김치가 많이 필요하게 될 때쯤부터

주기적으로 김장을 하러 방문을 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세 아이들의 치닥꺼리를 하느라 일손이 되지 못했고,

아이들이 초등학생쯤 되어서야 나도 일손을 붙일 수 있었다.



당연하게 얻어먹던 김치인데...

아이들이 어리고 먹고살기 바쁘다고

원재료값도 채  드리지 않고

할머니의 헐렁한 일바지 주머니에

 5만 원만 쥐어드리고 가져오던 김치였다.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옴을 느낄 때쯤이면 열무김치를 시작으로

총각김치 그리고 알싸한 갓김치와

1년의 먹거리를 책임질 김장김치, 겉절이김치까지...

매주마다 김치파티가 열린다.



생긴 건 다 비슷한데 맛은 요리조리 다 다르다.  

이제야  갖가지 김치가

엄청나게 자잘한 공정을 거처

우리 집 냉장고까지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땅을 갈아엎고 다져서 씨를 뿌리고,

비닐을 씌워 몇 번의 비를 맞고 나면

무성하게 자라있는 각종 무와 파와 배추들.



때를 따라서 열무와 총각무와 무를 뽑아 손질하고,

절이고 무쳐서 식탁으로 올라온다.

무심코 먹던 김치를 보니... 외할머니 얼굴이 동그랗게 떠오른다.  



나중에 나중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신다면 나는 김치를 한동안 먹지 못할 것 같다.

온갖 종류의 김치를 볼 때마다

할머니의 구부정한 모습과 할머니의 밭이 생각날 것 같아서다.



사람은 먹고사는 것이 먼저라서

먹는 것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지만,

김장이 아니었다면 할머니를 잘 알지 못했을 것 같다.




김치는 할머니의 사랑이다.

자신의 1년의 노동으로

자식과 손주와 사위들까지 몇 대를 먹여 살려야 하는 책임감과 사랑.

그것이 외할머니의 사랑표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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