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가 나올 수 없고, 구박당하고 자란 아이가 인품이 좋을 수 없다. 재정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학군이 좋은 학원에 등록할 수 있고, 그래야 성적을 쑥쑥 올릴 수 있다.
시골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자라던 아이는 예술적 감성과 창의력이 높다 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런 부모는보며 아이를 방임하고, 배움의 기회를 박탈시키는... 아동학대에 버금가는 혹독한 평가를 한다.
도심에서 살면서 갖가지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 주는 것, 해외여행을 다니며 세계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별난 일이 아니라 평균이 되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서글프게도 옛말이 되었다.
그렇다면 나기를 가난하고 박복하게 난 사람은 인생역전의 기회도 없이 영영 그렇게 살다가 죽어야 한단 말인가... 배울 기회도 없이 한 발 한 발 주어진 인생에 악착같이 버텨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인생은 너무 비참하다. 다시 태어날 수도 없는 인생.
100세 인생이 돼서 나이 40이 되어도 절반도 살지 못한 내 삶을 팔자타령 하며 버티기엔남은 생이 너무 길다. 아직 나에게 남아있는 60년의 시간에 제2의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40대가 되고 보니 스무 살 때처럼 조급하지도, 억울하지도, 불안하지도 않다. 이제 먹고살 걱정까지는 안 해도 되니 이제라도 무언가 돼보려고 한다.
꿈을 찾기에도 늦었고, 무언가를 배우기에도 삭신이 아파 병원 갈 일이 더 많아지지만... 꿈을 찾는다는 말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보려는 것이다. 좀 더 좋은 사람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보려는 것이다.
그것에는 아주 쉬운 규칙이 있다. 아주 쉽고, 단순한 규칙 - 바로 "매일매일 해내는 것"이다. 악기를 배워 뮤지션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분위기가 한껏 올랐을 때 기타를 들고 멋쩍게 노래를 흥얼거리는 멋있는 사람이 되려는 것이다. 또는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워 폭발적인 색감을 표현해 내며 자아를 실현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적하고 여유로운 시간에 따뜻하고 조용한 카페 앉아 쓱쓱 그림을 그리며 내 마음속에 어떤 것들을 비워내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하찮아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개천에서 난 용이든, 나기를 잘 낳아서 의사가 된 사람이든... 후자처럼 박복한 삶이었으나 매일매일 작은 것들을 해냄으로 인생을 가꾸며 즐긴 사람이든
그들의 노년이 누가 더 멋지고, 행복하고, 성공한 사람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어떤 지위나 위치는 내가 갖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은 조금 어렵긴 해도 가난한 자에게도 허락된 로또이다. 그 사람 자체만을 봤을 때 더 풍요로운 삶, 행복하고 즐기는 삶, 멋진 한 사람으로서의 삶은 충분히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멋진 사람으로서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 나를 견고하고, 반짝반짝하게 빛낼 수 있다. 매일매일 앞으로 50년 동안의 기회가 있다. 마흔이 넘었다고 해서 내 삶은 글렀다고 포기하지 말자. 나는 충분히 고귀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매일매일의 작은 노력으로 나는 지식을 쌓을 수도, 그림을 그릴 수도, 악기를 연주할 수도, 어떤 한 분야에 내세울만한 사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