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풍뉴 vs 숙대입구 토담
한동안 전통주 연구 모임에 다닌 적이 있다. 올드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퓨전 한식과 콜라보하는 시도가 많이들 이루어지는 듯 하다. 사실 전통주 대중화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라 생각하지만, 일단 그 문제는 추후에 다루도록 하고...인상적이었던 전통주점 두 곳을 소개해 보겠다. 젊은 사람들 취향에 맞춰 세련되게 꾸민 창신동 '풍뉴'와 소박한 시골집 풍 인테리어에 막걸리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숙대입구 '토담'이다.
'풍뉴'는 창신역 인근인데 번화가에 있는 가게가 아니라 찾기가 꽤 빡쎄다... 일단 예약은 필수. 데이트하는 커플이나 여자들끼리 온 손님들이 많다. 포석정 느낌으로 수로가 테이블에 설치돼 있다. 이날 우리가 주문한 전통주는 제주동백이다.
산수유? 였던가...아무튼 연한 핑크색이 나는 막걸리 한잔이 서비스로 나온다. 얘를 수로에 띄워 가져다주는 것. 다른 술이나 음식까지 수로로 흘려보내면 아무래도 엉망이 되기 쉬워서일 것이다. 운치 있는 첫 잔으로 스타트를 끊는다.
접시에 엽란을 깔고 서빙돼 나오는 모둠튀김이다. 새우와 오징어, 단호박, 고구마 등으로 구성... 튀김옷은 분식집 튀김에 가까운 느낌인데 투박해 보이지만 나름 감칠맛이 살아있다.
뢰스티 느낌의 감자전. 김치와 치즈를 섞어 구웠다. 위에 올라간 건 마늘칩과 쪽파, 실고추 등... 간장보다는 왠지 케찹을 찍어먹는 쪽이 어울린다. 바삭바삭 구워져 가벼운 식사로도 좋다.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었던 메뉴. 타르타르 스테이크처럼 모양을 잡은 육회는 양념이 지나치게 과하지 않아 제대로 된 고기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끈적한 날달걀 노른자에 배를 섞어 먹으면 그야말로 꿀조합~ 전통주를 홀짝거리며 조금씩 집어 먹기에 그만이다. 옆에 놓인 사이드는 감태주먹밥이다. 밥이 없어 허전하다는 사람이 있을때 곁들이면 좋다.
전체적으로 안주 라인업이 고급진 버전부터 가벼운 시장메뉴 같은 종류까지 다채롭게 구비됐다. 한마디로 식성이 다른 친구와 가도 커버할 수 있다는 것. 가게 분위기로 보아 회식으로 갈만한 곳은 아니고, 배짱이 맞는 친구들 서넛이 한잔 하러 갈때 추천하고 싶다. 전통주 종류는 그때그때 다른 것 같은데, 미리 검색해 보면 확인할 수 있다.
https://place.map.kakao.com/306524056
이번에 소개할 가게는 남편과 내가 자주 가는 숙대입구 '풍뉴'다. 연애시절에도 한번 방문한 적이 있는 이곳의 시그니처는 바로 꿀동동주와 모둠전.
꿀은 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에 천천히 저어서 마셔야 한다. 살얼음이 살짝 낀 달고 시원한 막걸리 한잔은 술을 즐기지 않는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라고 한다.
이거슨 18000원씩 하는 모둠전이다. 주문받자마자 바로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리지만 만들어놓고 파는 전에 비하면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맛있다. 추억의 분홍소시지부터 두부, 애호박 등이 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종류는 깻잎 사이에 다진 고기를 끼운 전이다.
두 사람이 가면 전만으로 충분히 배가 부르지만 식사도 겸하고 싶다면 추억의 도시락을 추천한다. 양은 도시락 안에는 소시지, 볶음김치, 멸치가 올라갔고 달걀 프라이가 화룡점정을 이룬다. 하나씩 반찬을 먹는 것도 좋지만 슥슥 비벼도 맛있다. 소박하면서 부담 없고 푸짐한 술자리를 원한다면 이곳을 꼭 방문하기를 권한다.
https://place.map.kakao.com/16094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