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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Nov 04. 2024

샌드위치, '이것'만 있으면 맛있다

샤퀴테리의 마법-소금집 델리

스페인 여행 때의 일이다. 나름 아침은 챙겨 먹자는 주의라 일찍 여는 식당을 자주 찾았는데 저렴한 가게에서 빵과 함께 파는 메뉴는 전날 팔다 남은 재료를 볶은 오믈렛 같은게 많았다. 그런데!! 별다른 기교 없이 대충 만든 듯한 오믈렛이 말도 안되게 맛있는 것이다. 맛의 비밀은 바로 스페인 요리의 감초, 하몽이다. 우리말로는 '햄'이지만 한국 마트에서 파는 공장제 햄과 하몽은 애초에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못된다. 


햄, 베이컨, 소시지 등을 유럽에서는 '샤퀴테리'라고 부른다.  


샤퀴테리(Charcuterie) 

고기와 고기 부속물 등으로 만든 육가공품을 총칭하는 프랑스어로, ‘Chair(살코기)’와 ‘cuit(가공된)’가 합쳐진 말이다. 보통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공산품이 아니라 유럽 전통의 방식을 따라 자연적인 재료만 사용해 만든 수제 육가공품을 일컫는다. 샤퀴테리는 일반적으로 메인 메뉴를 먹기 전 제공되는 전채요리나 간단한 와인 안주 등 가볍게 먹는 용도로 사용된다.


샤퀴테리는 소금에 절이거나 바람에 건조시키는 방식, 훈연하는 방식, 익히고 찌는 방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이 이뤄진다. 대표적으로 하몽(Jamon·스페인), 프로슈토(Prosciutto·이탈리아), 살라미(Salami·이탈리아), 리예트(Rillette, 프랑스), 잠봉(Jambon, 프랑스) 등이 이에 속한다.


-출처: 박문각 시사상식사전


대충 위 사진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면 된다. 샤퀴테리 vs 공장제 육가공품의 차이는 마치 게살 vs 게맛살의 차이와 비슷하다. 인공 첨가물로 빠르고 쉽게 만들어내는 공장제품과 달리 샤퀴테리는 고기와 소금, 약간의 향신료의 맛에만 의존하며 시간이 깊은 풍미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단순한 재료, 긴 기다림이 만들어낸 풍미는 각종 요리에 들어갔을 때 별다른 부재료 없이도 완성된 맛을 만들어낸다. 

오늘 소개할 맛집은 샌드위치 맛집으로 유명한 소금집 델리다. 망원에 본점이 있으며, 삼청동과 신세계백화점에서도 판매한다. 소금집이라는 상호명이 말해주듯 이곳의 메인은 소금을 이용해 가공한 다양한 사퀴테리다. 소금집 상표를 붙인 프로슈토와 잠봉, 살라미 등은 백화점 식품매장에도 납품된다. 또 가게에서 맛볼 수 있는 샌드위치는 단순한 재료만을 사용하지만 속이 흐르도록 넘치는 샌드위치와는 차별된 맛을 낸다.   

시그니처 메뉴라고 할 수 있는 잠봉뵈르. 바게트에 프랑스식 햄 잠봉과 버터가 전부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재료 하나하나가 제대로 된 것이어서 그야말로 Simple is best의 정석을 보여준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는 만나기 힘든 겉바속촉 바게트에 고급진 이즈니 버터, 제주산 흑돼지 잠봉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조금 더 기교가 포함된 메뉴로는 달걀이 올라간 크로크마담이 있다. 크로크는 프랑스어로 '바삭한'이라는 뜻이며 달걀이 없이 빵+햄+치즈 조합으로 오픈샌드는 크로크무슈라고 한다. 서니사이드업 달걀프라이를 얹어 따뜻하게 먹는 빵이어서 브런치 메뉴로도 좋다. 

세번째 샌드위치는 '루벤'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뉴욕에 정착한 유대계 이민자들에게서 유래한 육가공품 '파스트라미'를 사용했다. 파스트라미는 소 양지머리를 각종 향신료로 양념해 절인 후 훈연한 것으로 다소 투박하면서도 진한 육향이 일품이다. 독일식 양배추 김치 사워크라우트와 에멘탈 치즈를 추가하고 거친 호밀빵에 끼운 그릴드 샌드위치다. 앞서 소개한 두 메뉴와 비교한다면 서민적?이면서 실속 있는 느낌이 든다. 새콤짭짤한 양배추가 느끼함을 잡아준다. 


모든 메뉴에는 코니숑 오이와 파프리카 등으로 만든 피클이 딸려 나온다. 음료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레모네이드나 애플 시드르가 궁합이 맞는 듯하다. 메뉴 구성의 단순함만 본다면 다소 비싸다는 느낌이 들 수 있으나 재료맛을 비롯해 '기본'에 충실한 샌드위치를 찾는다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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