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노벨상 시상식 만찬메뉴
온 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모습이 그나마 우리 국민들에게 위로가 돼 주는 듯 하다. 노벨상 시상식에서 빠질 수 없는 부대행사로는 만찬회가 있다. 이 자리는 수상자 한사람, 한사람의 소감을 듣는 자리이면서 본격적인 '잔치'의 시작이기도 하다.
▲ 에피타이저 2024년 노벨상 시상식 만찬 첫 메뉴 ⓒ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지난 10일 오후 7시(현지시간) 2024년도 노벨상 만찬은 시작됐다. 음식이 수상자와 연회 참석자들에게 서빙되기 직전까지 모든 메뉴는 극비사항이다. 맛볼 수 있는 사람들이 극소수인 만큼, 공개 후에는 자연스럽게 많은 화제가 되며 노벨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1901년 시상식부터의 만찬 메뉴를 빠짐없이 기록해 공개하고 있다.
통상 만찬 메뉴는 3코스로 제공된다. 에피타이저와 메인디쉬, 디저트 순서로 올해의 테마는 '지속가능한 식문화'로 알려졌다. 필자가 메뉴를 분석해 보니 스웨덴 로컬 식재료를 사용하는 게 우선 순위로 고려되는 듯 하다.
에피타이저는 샐러리와 비슷한 풍미의 러비지를 채운 염소치즈다. 치즈 산지는 스웨덴 남부 외스테드예틀란드라고 한다. 향채가 들어간 치즈는 스웨덴산 비트와 꿀에 절인 서양모과(마르멜로), 볶은 호박씨를 곁들여 나온다.
▲ 메인1 돼지감자와 로스트 치킨 ⓒ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메인 디쉬는 스웨덴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는 미트볼과 거칠게 빻은 보리죽, 로스트 치킨으로 구성됐다. 미트볼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고기나 생선살을 곱게 갈아 만든 '퀸넬'이라는 요리이며 콩과 트러플을 곁들인다. 샐러리 밑동 부분인 샐러리악도 나오는데 소스는 스웨덴산 누에콩으로 만든 된장이다.
오트밀과 비슷한 크리미한 보리죽에는 다양한 버섯류가 함께 나온다. 북유럽인들에게 산에서 딴 야생버섯은 일종의 소울푸드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로스트 치킨과 돼지감자의 풍미는 사과 브랜디가 한몫을 했다. 가니시는 잎채소와 허브, 사과로 만든 미니 꽃다발이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디저트에는 스웨덴 현지에서 나는 다양한 품종의 사과가 사용됐다. 설탕에 조린 사과를 케이크 형태로 뭉친 테린을 버터 케이크에 담은 것. 버터 케이크는 한국에서도 건강식으로 알려진 '타이거넛'을 주재료로 가문비나무과 침엽수의 잎을 사용해 솔향과 비슷한 쌉쌀한 맛을 냈다. 향신료를 곁들인 사과를 얇게 썰어 올리고 파인애플 향과 비슷하다는 허브와 스웨덴 특산 리큐어가 든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했다.
▲ 메인2 버섯을 곁들인 보리죽 ⓒ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추가로, 건배사에 사용된 샴페인은 프랑스산 베르니에 론지튜드이며 이탈리아 피아몬테산 바롤로 와인 자코모 페노치 2019년이 나왔다. 스웨덴 특산 시드르는 2022년산이라고 한다.
세계 음식을 소재로 단행본을 냈던 필자로서도 만찬 메뉴 분석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스웨덴 등 북유럽 음식의 경우 참고할 만한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다. 어쨌든 요약하자면 '최대한 현지 식재료 활용', 그리고 '지속가능성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것'인 듯 하다.
실제로 올해 만찬 메뉴 중 육고기 종류는 닭 한가지만 사용됐다. 또한 스웨덴 현지에서 난 콩으로 동양 식재료인 된장(리스트에는 miso로 표기)을 만들었다는 것도 나름 신선한 부분이다. 수상자들 모두, 특히 대한민국의 자랑인 한강 작가가 충족감 드는 한끼를 즐겼기를 기원한다.
▲ 디저트 스웨덴산 사과를 이용한 디저트 ⓒ 노벨위원회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