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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Feb 27. 2017

달다구리한 아라비안 나이트

이슬람 문화의 호화로움을 보여주는 디저트들

언젠가 꼭 쓰고는 싶었지만 왠지 자신이 없어 미뤄왔던 음식 장르가 바로 중동 음식이다.

일단 중동은 아라비아 반도에서 북아프리카까지 범위가 넓은데다 음식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중세 때만 해도 동서양의 물류 창고 역할을 하던 지역이다 보니 온갖 재료들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사막 지역의 특성상 곡물은 귀한 편이었으며, 탄수화물을 보충해줄 음식은 과일과 과자였다.

특히 뜨거운 태양과 건조한 기후는 이곳의 과일들의 당분 밀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주었다.  

더구나 술을 금했던 이슬람교의 영향으로 달다구리를 찾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졌으리라 추측된다.

(일단 이번 글에서는 디저트와 과일로 주제를 한정하기로 하겠다.)


퀴즈 하나. 

아라비안나이트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음식이 뭘까? 

정답은 바로 대추야자이다. 우리나라 대추와 비스무리하게 생겼지만 크기가 훨 크고

끈적하니 당분을 머금고 있는 대추야자는 아랍 지역의 국민 간식이라 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이 대추야자의 당도가 어느 정도냐면...사탕수수가 귀했을 때 설탕을 뽑아 썼을 정도라고...

어쨌든 첫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상인은 오아시스에서 식사 후 대추야자 씨를 팽개쳤다가

그게 마신의 아들 눈에 맞는 바람에 그 아들이 죽고 만다. 

이부분이 이해가 좀 안가는게, 종종 비비탄 잘못 맞아 실명했던 얘긴 들어봤지만 

입으로 뱉어내거나 던진 씨가 그렇게 치명타를 날렸을까 하는 점이다....

아니면 마신의 아들이 약골 오브 약골이었거나...쩝..

길게는 몇 달씩 사막을 건너 여행하는 상인들에게 보존성이 높고 당분이 많은 대추야자는

꼭 챙겨야 할 필수 식량이었다. 

참고로, 이태원 가면 살 수 있는 대추야자가 너무 달다고 느껴진다면 곶감호두말이를 응용해

호두나 견과류를 넣고 돌돌 말면 한결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한편 '누르아디 알린의 아들'이란 이야기에선 석류가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한다. 

곱추와 결혼할 뻔한 여주인공은 오래 전 부모들끼리 정혼했던 사촌과 운명처럼 하룻밤을 보낸다.

그리고 이들을 맺어준 마신들은 다시 사촌이며 남주 하산을 고향으로 데려다 놓고...

두 사람은 여주가 낳은 아들이 클 때까지 만나지 못하다가 하산이 만든 석류 설탕절임을 계기로 

극적으로 재회하게 된다. 이란에서 흔한 석류는 그 씨앗이 1년을 상징하는 365개라고 해서 

신성하게 여겨져 온 과일이다. 또 여성의 자궁을 상징하는 과일로 페르세포네 여신에게 바쳐지기도..

아무래도 그 당시의 석류는 그리 달지 않았던 것인지 설탕에 절여 먹고, 게다가 여주 아버지는

향신료를 제대로 안 넣었다며 사위이자 조카를 질질 끌고 다니며 개고생을 시킨다. 

(물론 그게 진짜 이유는 아니었지만....)    

석류 이외에 무화과도 아라비안나이트에 꽤 자주 등장하는데 달달하고 즙이 많은 무화과는

귀한 과일로 대접받았으며, 성경에 나오는 금단의 열매도 사실은 무화과라는 설이 있다. 


중동의 음식문화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가 바로 장미다. 

장미를 우려낸 장미수는 각종 음식에 향신료로 쓰였는데, 향이 강하므로 소량만 넣었다고 한다.

왕이나 귀족들은 갈아낸 얼음에 버미셀리라는 일종의 파스타를 넣고 장미수를 부어 샤벳으로 즐겼다.

수 년 전에 한국에도 장미수를 백화점에서 팔았다가 작은 병에 3000원이라는 사악한 가격에다

마치 향수 마시는 기분이라는 악평에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장미수가 비쌀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 장미를 한번이라도 길러 본 사람은 알겠지만 진딧물이 장난 아니게 낀다. 이 때문에 상품으로

내놓으려면 사실상 농약 범벅을 해야 한다. 식용 장미의 경우 농약을 절대 쓸 수 없고 100% 

유기농으로만 길러야 하니 당연히 비싸진다...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중동 디저트에서 인상적이었던 것 세 가지를 꼽아보면, 

라이스 푸딩인 수틀라치와 터키쉬 딜라이트라는 별명을 가진 로쿰, 그리고 바클라바가 있다.

터키 식당에 가면 디저트로 나오는 수틀라치는 테라코타 단지에 살짝 구워 나오는데 마치 

흰 죽과 같은 비주얼이다. 쌀에다 설탕을 넣고 넛멕 등의 향신료를 넣어 오븐에 구워내는데 

시원한 것이 입가심으로 그만이다.(물론 따뜻하게 먹어도 또 다른 맛이 난다.)


로쿰...같은 경우는 실망했던 케이스인데...ㅠㅠ 장미가 들어간 젤리란 말에 혹해서

샀다가, 말캉하고 수분 많은 젤리가 아니라 그냥 녹말+설탕 덩어리라서 이게 뭐지? 싶었다는..

질감이 딱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옛날식 옥수수 젤리 맛과 유사하다. 

다만 양갱이나 화과자 같은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듯...


바클라바는 이태원 소방파출소 부근의 터키 빵집에서 살 수 있는 과자이다. 

얇디 얇은 페이스트리에 설탕물을 말 그대로 때려 부어서 만든다. 

이것도 꽤 달다보니, 단 것 마니아인 친구도 두 개 이상을 먹지 못했다. 

다만 페이스트리의 파삭거리는 식감이 먹는 재미를 주니 한번 시도해 볼 법은 하다.  

바클라바는 종류가 상당히 많은데 g으로 달아서 팔며, 사장님이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 설명해준다.


중세 아랍의 하렘에서 이처럼 달달한 과자는 사치와 여유로움의 상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바깥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여성들은 과일과 과자를 즐기며 무료를 달랬으리라 짐작된다.

...지금도 얘들은 단걸 좋아하다 보니, 의외로 콜라 소비량이 엄청나며 비만이 문제라고 한다.  


중동음식 이야기는 투비 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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