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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Jul 27. 2023

조직을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착각에 대하여

직원경험 관점으로 조직을 바라보려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조직에 대한 착각 중 하나는 조직이 시스템(System)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즉, 투입물(input)을 넣으면 원하는 시기(timing)에 원하는 결과물(output)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 일이 늘 그렇게 뜻대로 되던가? 


조직에서는 1+1=2가 되기보다는 0 또는 아예 - 가 되기도 하고 어쩔 때는 기대 이상으로 5나 6 혹은 10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일주일이면 될 것 같은 일이 한 달이 넘게 걸리기도 하고, 혹은 하루 이틀에 나오기도 하며 불가피한 사유로 아예 진행 자체가 어렵게 되어버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조직의 성장을 식물을 기르는 것으로 생각해 보자.


조직을 시스템으로 간주하는 곳은 이 식물의 줄기는 몇 센티미터가 되어야 하며 잎은 무슨 색을 띠어야 하고 과실은 언제쯤 열려야 하는지 정교하게 '관리'하려 들 것이다. '목표'와 '성과'라는 이름으로 결과를 예측하고 그에 합당한 결과물을 얻어내기 위해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식물을 가꾸는 정원사의 행동을 독려한다. 정원사는 식물의 키와 잎의 넓이, 과실을 수확해야 하는 시기 등 목표를 더욱 빠르게, 그리고 손쉽게 이루어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갖은 방법을 연구하고 실행하지만(온실 하우스, 자동 습도 조절기, 공기 청정기 등 식물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최신의 도구 활용), 결국 생각지도 못했던 기후와 다른 동식물과의 상호작용 영향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만다.



사실 조직은 시스템보다는 에코 시스템(eco system / 생태계)에 가깝다. 


숲에서 각각의 식물은 스스로 잠재력을 발현하며 각자의 형상대로 자란다. 태양과 토양, 그리고 온도와 습도에 따라 식물들은 각자의 생존 방식대로 다른 동식물과 상호작용하고 적응해나가며 성장한다.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생물들은 하나씩 보면 조금은 못나 보이고 삐뚤빼뚤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조화롭게 아름다운 숲을 이룬다. 이때 숲을 아름답게 가꾸고자 하는 정원사가 있다면 그는, 숲에 있는 나무들이 어떤 환경에 가장 적응을 잘하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토양을 관리하며, 필요할 때 (어떤 나무가 다른 나무의 성장에 방해가 될 정도로 자리를 잡고 과대 성장하고 있을 때) 가지치기를 해주면 될 일이다. 


조직을 에코 시스템으로 가정한다고 하면, 아무것도 하릴없이 알아서 식물들이 자라도록 방치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왠지 모르게 불편해진다. 게다가 '정말 식물들이 알아서 잘 자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은 자꾸만 뭐라도 나서서 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을 재촉한다. 그런데, 조직을 시스템보다 에코 시스템으로 가정하고 가꾸는 것은 실은 더 많은 노력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 각기 다른 식물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서로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주고받는지도 알고 있어야 적당한 수준으로 필요한 자원을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의 특성을 잘못 이해하여 적시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해 주지 못해도 문제이지만, 자원을 적게 주거나 지나치게 많이 공급해도 식물의 건강한 성장에 문제가 발생한다. 거의 매일같이 숲을 산책하며 그날 하루 동안 일어난 숲 안에서의 미세한 변화(조직 안에서의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 협업 장면에서의 행동 등)를 살피고 눈에 보이지 않는 나무들의 표정(동기와 욕구, 스트레스, 감정, 정서 등)을 살피는 일이 정원사의 루틴이어야 한다. 


학습조직의 대가 피터센게(Peter Senge)는 학습조직의 실천을 위해 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를 중요한 핵심 요인으로 꼽았는데 그가 이야기 한 시스템 사고의 정의는 사실 다음과 같다. 


사물을 전체적인 맥락으로 파악하고, 다양한 요소들이 어떤 상호작용을 하며, 이런 상호작용이 전체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내 전체적으로 최적화 하는 것. 



우리가 생각하는 시스템의 정의나 이미지, 느낌과 다르지 않은가? 피터센게는 나아가 시스템 사고의 정수는 '사고방식의 전환'에 있다고 강조하며 직선적인 인과관계 사슬보다는 상호 연관성을 봐야 하며, 스냅사진 같은 단편보다는 변화의 과정을 보라고 역설하였다. 


지금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 다시 말해 투입물을 넣으면 반드시 예상하는 기간 안에 원하는 결과물을 손에 얻어야 한다는 관념 - 시스템 사고는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 이러한 사고와 가정은 현재 우리 조직문화에 그리고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을까? 점점 더 개인화 되어가고 있는 사회에서 '다양성(Diversity)'이 조직의 창의성과 성장에 필수 조건으로 거론된 지는 이미 몇 년이 지난 것 같다. 하지만, 다양성과 함께 붙어 다녀야 하는 수용성(Inclusion)에 대해 우리는 어떤 준비가 되어 있을까? 


만일,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핵심역량이 다양성과 창의성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조직을 보는 관점은 에코 시스템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해서 피터센게의 정의를 따르자면 '조직을 시스템이다'라고 정의해도 큰 무리나 논란이 없어야 한다.





 학습 생태계의 건설은 자연 생태계처럼, 학습과 개발의 사회적, 물리적, 문화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다양성이 살아 있고,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들이 중첩적으로 공유되며, 학습을 위한 중요한 자원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무자비한 실험들이 자유롭게 일어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런 생태계에서 자기 조직적인 진화의 힘이 분출한다. 

- 미닝메이커(이창준),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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