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다시 보며 예전과는 다른 깊은 울림을 느꼈다. 전쟁이 한창 중에도 오랜 세월 세상과 멀리 떨어져 외딴곳에 위치한 이 마을, 동막골은 이념이나 정치, 분단과는 무관한 세계다. 그곳에서는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순수한 모습 그대로 살아간다. 영화를 보며 “우리 인간 세상에 이념이나 정치, 계층 갈등, 분단 같은 문제가 없다면, 저런 순박한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인민군 장교 리수화가 동막골 사람들이 하나 되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촌장에게 “이 위대한 영도력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라고 묻는 장면이었다. 이에 촌장은 “무얼 많이 맥여야지”라는 단순한 답을 내놓는다. 이 한마디는 순박한 촌장의 무지에서 나온 대답이 아니었다.
그는 장교의 질문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래 숙고한 끝에 진정한 리더십의 본질을 담은 답을 내놓은 것이다. 배고픔이라는 근원적인 갈망이 해결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도우며 하나가 된다. 동막골 사람들에게 배고픔은 생존의 문제였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공동체의 목표이자 삶의 이유였다. 그들은 추수한 곡식을 공동 창고에 보관하고 나누어 먹으며, 모두가 배고프지 않도록 서로를 돌보며 살아왔다.
이 마을의 모습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공동체, 인간 본연의 순박함이 드러나는 삶의 형태였다. 마치 에덴동산처럼, 배고픔 없는 세상 속에서 단순히 먹고사는 것 이상의, 함께 나누고 공존하는 삶이었다. 에덴에서 쫓겨난 이후 죄성을 가진 인간은 먹고살기 위해 노동하며 고된 삶을 살아야 했다. 끝없이 먹을 것을 위해 수고해야 했고, 이러한 배고픔 속에서 인간은 점점 더 이기적이고 욕심 많아졌다.
오늘날 우리는 배고픔이 해결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끝없는 욕망과 욕심 속에서 산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고, 더 높이 올라가려 한다.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높아져 지배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다시 더 많이 갖고 누리기 위해서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원히 살 수 없는 인간이 영원을 꿈꾸며 또 다른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이다.
웰컴 투 동막골은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동막골 사람들의 삶은 이념과 세상의 흐름 속에서 싸우라 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 감자밭을 일구고, 함께 노래 부르며 살아가라”라고 속삭인다.
영화는 사람을 군복의 색깔이나 정치적 배경으로 구분하지 말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보라고 말한다. 진정한 싸움은 이념적 적군과 아군을 나누며 서로를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협하는 진정한 문제에 맞서 함께 싸우는 것이다.
이 영화를 다시 보며, 동막골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바라고 원하는 세상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