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인간을 닮은 계절
가을은 참 묘한 계절입니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식어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지만, 그 차분함 속에는 어쩐지 씁쓸함이 스며 있습니다.
나뭇잎이 붉게 물드는 것은
어쩌면 세상에 대한 마지막 체념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아름답게 물들지만,
결국은 떨어질 운명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선하다고 하기엔 너무 부족하고,
악하다고 단정 짓기엔 너무나 상처받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그 사이에서 머뭅니다.
잘 살고 싶지만 매번 어설프고,
사랑하고 싶지만 자주 다칩니다.
그렇게 억울함과 민망함 사이에서
비틀거리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가을의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이렇게 흔들리며 살아가는 이유는
어쩌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완벽해지려 애쓰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하고요.
낙엽도 결국은 떨어지기 위해 붉게 타오르듯,
인간도 불완전함 속에서 스스로를 태우며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계절의 쓸쓸함은
참으로 인간적입니다.
완벽하지 않아 더 아름답고,
미련이 남아 더 따뜻합니다.
억울함과 민망함이 공존하는 마음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내일을 꿈꿉니다.
그것이 어쩌면 인간이
천국과 지옥 사이에서
끊임없이 걸어가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배우고,
용서를 연습하며,
다시 빛을 향해 걸어갑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불완전한 인간에게 허락된
가장 완전한 은혜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