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초등 입학을 앞두고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아이의 공부입니다. 유치원도 교육기관이고, 초등학교도 교육기관이지만 유치원까지는 놀러 가는 것 같은데 초등학교라고 하면 괜히 공부하러 가는 느낌이 듭니다. 그 때문에 아이 초등 입학 준비를 할 때 제일 먼저 아이 책가방부터 고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하니 한글도 떼야할 것 같고, 수학 문제도 풀려야 할 것 같고, 알파벳도 익혀야 할 것 같고, 역사책도 좀 읽어야 할 것 같고, 과학 실험도 시켜야 될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 우리가 배웠던 여러 교과목들이 무수히 머리를 맴돕니다. 불안한 마음에 '이 학원을 보내볼까, 저 학원을 보내볼까, 옆집 아이는 어딜 다니는지. 무슨 학습지를 하는지.'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게 되기도 합니다.
고등학교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지켜본 결과 결국 공부는 국영수가 기본입니다. 국어, 영어, 수학이 탄탄히 바쳐줘야 그 힘으로 사회도 하고, 과학도 합니다. 그러므로 초등학교 준비를 위해 우리 아이에게 길러줘야 할 학습 능력도 국영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초등국어 정석은 독서
제가 생각하는 초등국어의 초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한글 익히기. 둘째, 문해력 기르기. 우선적으로 한글을 익히는 것이 기본입니다. 한글을 능숙하고 자유롭게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다음 이 한글로 쓰인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문해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아이의 한글 능력과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결국 독서가 답입니다. 독서보다 좋은 방도는 없습니다. 글자에 관심이 많고 글자 인지가 빠른 아이들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읽어주는 책만으로 스스로 한글을 깨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글자에 영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한글을 따로 학습시키는 과정이 필요하긴 합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초등국어 시절 그림책에서부터 글밥이 있는 책까지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책 읽기는 아이 스스로 읽는 것뿐만 아니라 부모님이 읽어주는 것을 포함하는데요. 보통의 예비초등, 초등 저학년의 경우 책을 본인이 읽으면서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글자를 읽기에 급급해 글의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죠. 읽기보다 듣기를 통한 인지가 더 우월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많이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가 글을 읽는 재미를 느끼고, 글에서 정보를 얻어내고, 배경지식을 쌓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고학년이 될수록 특히 고등학교 수능 문제를 푸는 단계에서는 배경지식의 차이가 글의 독해력 차이를 크게 가릅니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통해 쌓아 온 배경지식이 아이를 고등학교에서의 국포자로 만들지 않는 길입니다. 아이의 독서는 아이의 학습에 있어서 두 번, 세 번... 열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초등 수학 하루 10분 반복 연산
초등 수학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수감각과 연산 능력입니다. 수감각이란 숫자와 수량에 대한 인식 능력을 의미하는데요. 쉽게 말해 수감각이 좋다는 것은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주사위의 점 개수를 보고 바로 숫자로 인식하는 능력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숫자 계산이 빠른 경우를 수감각이 좋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수감각을 비롯하여 사칙 연산을 정확하고 능숙하게 하는 능력이 고등학교에 가서도 아이가 수학을 잘하는 기본이 됩니다.
연산 능력은 두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님이 아이가 어느 정도 계산을 잘한다 싶으면 다음 단계 수학 개념이나 진도를 학습하게 하는데 급급한 편입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연산 능력은 우리 아이가 이제 이 계산은 다 할 줄 아는 것 같은데 싶어도 반복적으로 연습해 아주 자연스럽고도 빠르고 정확하게 연산이 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학창시절 하기 싫어서 숨기기도 하고 찢기도 했던 구x, 눈x이 학습지의 가치가 이 반복 학습에 있었던 거죠. 고학년이 되고 고등학교에 올라갈수록 수학 개념이 어려워집니다. 요즘 수능의 화학, 생명과학 과목의 문제도 결국은 계산이 어렵습니다. 이때 아이의 연산이 시간을 뺏는다거나 혹은 실수를 연발해 기껏 어렵게 푼 문제를 계산 실수로 틀리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저는 수감각을 길러주기 보드게임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주사위를 던져서 숫자를 세는 사다리게임에서 시작해 텐메이크와 같은 10 만들기 보드게임, 우봉고와 같은 도형 감각을 길러주는 보드게임 등 모든 보드게임이 수감각을 길러주게 합니다. 하다못해 카드 많이 가져가기 게임조차도 서로 가지고 있는 카드 수를 비교하는데서 수감각이 길러집니다.
연산 능력을 기르는 것은 지루한 계산을 꾸준히 오래 반복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시중에 요즘 아이들 수학 문제집이 참 잘되어 있어요. 하루에 할 분량도 나누어져 있어서 부모님께서 문제집에 정해진 분량대로 하루에 2~4쪽, 혹은 하루 5~10분 정도의 분량으로 날마다 도와주시다 보면 자연스레 연산 능력은 길러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너무 하기 싫어한다면 적당한 보상을 걸어두고 아이의 학습을 유도해 보세요.
수학은 선행이 되면 좋은 것이 사실이에요. 문제는 선행이 나쁘다 좋다가 아니라 우리 아이가 그 선행을 따라가느냐 못 따라가느냐입니다. 우리 아이가 충분히 선행의 진도를 따라간다면 선행하는 거 나쁘지 않아요. 다만 아이는 이해를 하지 못하고 예제 문제를 보고 따라 푸는 수준인데 아이가 잘 안다고 생각하고 계속 선행을 하다 보면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됩니다.
저희 학교에도 내신도 모의고사도 항상 수학 1등급이 나오는 학생이 있습니다. 그 학생은 수학 학원을 한 번도 다녀본 적이 없다고 해요. 집에서 문제집을 꾸준히 풀어왔는데 고등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고2, 고3 과정에 나오는 기하까지 선행을 하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아이도 꾸준히만 하면 이렇게 될 수 있습니다.
진도에 너무 급급하지 마시고 지금부터 수학 문제집을 한 권 준비하셔서 그 수학 문제집 분량대로 매일 빼먹지 않고 아이가 문제집을 풀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꾸준히만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선행을 하게 되는 아이를 발견하게 되실지도 모릅니다.
초등 영어 많이 듣는 것이 우선
아이의 영어 교육에 있어서는 우선적으로 학부모님이 아이의 영어 교육의 목적부터 설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게 하고 싶은 건지, 영어 수능을 잘 치게 하고 싶은 건지를 생각해 보세요. 현재 수능 영어는 절대평가입니다. 예전처럼 수능 영어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는 말이지요.
한편 영어로 소통하는 능력은 현재 사회를 혹은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운전 능력처럼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능력이 되어가고 있죠. 결국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영어 능력은 독해와 문법에 있어 대단한 능력을 갖추기에 앞서 아이가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가 예비 초등과 초등학교 시절 갖추어야 할 영어 능력은 영어에 대한 흥미를 갖고 영어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영어로 기본적인 소통 능력을 갖추는데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영어 기본기만 갖춰져 있으면 중고등학교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면 수능 영어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에 예비초등, 초등 저학년 시절에는 아이를 영어에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실 수도 있는데요. 경제적 여건과 아이의 성향이 맞다면 영어 유치원도 좋은 선택 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그러나 여건이 맞지 않다면 부모님께서 영어 그림책 읽어주기, 영어 음원 들려주기, 영어 영상 보여주기, 부모님의 간단한 영어문장 사용하기로도 아이를 영어 환경에 충분히 노출시킬 수 있습니다.
엄마표 영어, 아빠표 영어를 하신 분들이 공통되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어요. 우리가 우리말을 배울 때도 듣기, 말하기, 쓰기 순으로 습득했던 것처럼 영어도 듣기, 말하기, 쓰기 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거죠. 고로 아이에게 영어를 하루 2시간 이상 들려줄 수 있어야 된다고 합니다. 제가 제일 추천드리고 싶은 방법은 영어 그림책 읽기입니다. 한글 그림책으로 잠자리 독서 많이 하시는데요. 그때 영어 그림책 1~2권도 함께 읽어주세요. 하루 1~2권이 한 달이면 30~60권, 일 년이면 약 300~700권이 넘게 됩니다. 습자지같이 외부 정보를 쭉쭉 빨아들이는 아이들이 이렇게 읽은 영어 그림책을 그냥 흘려버릴 리가 없습니다.
늘 말씀드리듯이 예비초등 시절, 초등학교 시절 우리 아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여유로운 시간입니다. 고등학교 때만큼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고도 여유 있게 실력을 쌓아갈 수 있습니다. 국영수에 초점을 두고 찬찬히 준비해 주셔서 우리 아이가 고등학교 때 학업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 받으면서 여유롭게 학창 시절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