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아이의 공부입니다. 어린이집, 유치원은 보육기관에 가깝지만 초등학교는 본격적으로 한글, 수학 등의 학습이 시작되니까요. 저 또한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이의 학습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초등학생이니까 아직 공부 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아직 어리니까 뛰어노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면서 또 한편으론 '다른 아이들도 공부 많이 하던데 우리 아이만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의 공부 문제에 대해 제가 오랜 시간 고민하고 내린 결과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의 공부는 단지 아이의 학업 능력을 위해서가 아닌 아이의 자존감 형성과 직결된다는 것입니다.
초등입학 전후로 형성된 아이의 자존감이 아이가 고등학교 때까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기본이 됩니다. 본격적으로 학습이 시작되는 초등학교에서의 아이 공부는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혹은 초등학생인 자녀의 공부는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해야겠다'라는 데 초점을 두기보다는 '우리 아이가 단단한 자존감을 형성할 수 있게 해야겠다'에 초점을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창 저희 집 아이의 한글 떼기 시기에 대해 고민할 때가 있었어요. 저희 아이는 몹시 평범한 남자아이인데요. 저랑 잠자리에서 책 몇 권 읽는 건 좋아해도 본인이 책을 먼저 찾아 읽고 그러는 아이는 아니에요. 글자에 대한 관심도 적고 책을 봐도 그림 위주로 봅니다. 그렇다 보니 한글을 아이 스스로 익힐 가능성이 요원하고 제가 가르쳐야만 했어요. 글자에 관심이 없는 이 아이의 한글을 언제 가르쳐야 할까 가 고민이었는데요.
여러 육아서, 교육서를 섭렵한 결과 아이가 한글을 떼는 적기는 7세였습니다. 7세 정도가 되면 들이는 노력에 비해 빠르게, 효율적으로 한글을 익힐 수 있다는 거였죠. 8살을 하루 앞둔 시점 저희 아이의 한글 실력 성장을 돌이켜 보면 7세 생일이 지날 때쯤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육아서와 교육서에 나온 이야기처럼 한글 떼기의 적기는 7세가 맞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문제는 7세까지 손 놓고 기다리기에는 주변 친구들 중에 이미 한글을 읽고 쓰는 아이들이 제법 있다는 것이었어요. 요즘 어머님들은 아이 한글을 5세에 이미 시작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7세까지 한글을 모르는 우리 아이는 주변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나는 못해."라는 마음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아이의 낮은 자신감과 낮은 자존감 형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한글 교육의 적기는 7세지만, 주변 아이들이 한글을 다 익혀서 내 아이가 "나는 못해."라는 생각을 갖고 낮은 자존감을 형성하고 있다면 한글은 더 이른 시기에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공부 실력이 뛰어나야 중학교에서도 잘하고, 고등학교에서도 잘한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공부에 관심 없었지만 중학교에,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공부를 시작한 아이들 중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초등학교 공부 실력이 아이의 고등학교 학업 능력과 수능 성적을 결정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쌓았던 학습 경험, 학습 자존감, 학습 습관 등은 아이의 고등학교 생활과 수능 성적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고로 우리 아이의 성향을 잘 살펴보시고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혹은 자존감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아이 공부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해요.
우리 아이는 자존감이 아주 높아서 유치원 친구가 한글을 읽어도, 덧셈 뺄셈을 잘해도 자신의 자존감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 아이라면 학령기에 맞춰서 혹은 조금 늦게 공부를 시작해도 됩니다. 아이 스스로 공부하고자 할 때, 혹은 공부가 아니더라도 자기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몰입해 성취할 수 있는 능력만 길러주면 됩니다.
반면, 우리 아이는 자존감이 낮고 주변 친구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아이라면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 공부에 조금 더 신경을 쓰실 필요가 있습니다. 저기 학군지들에서 한다는 선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변 친구들 수준은 맞출 수 있도록 준비해야 초등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아이가 주변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자존감을 깎아 먹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의 학습 능력은 실력보다는 내가 "1등 해봤다."라는 경험, 성취감이 중요합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고민되는 우리 아이의 공부, '옆집 누가 ooo학습지 한다는데...'가 아닌 우리 아이의 성향을 잘 살펴보고 아이가 성취감을 느끼며 단단한 자존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학부모님의 관심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