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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쓸채은 Dec 23. 2023

전자기기의 유혹을 뿌리치는 아이로 기르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모님들의 고민 중 하나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줄 것이냐 말 것이냐'입니다.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는 아이가 위급한 상황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한편으론 아이의 등하원을 함께 할 수 없는 부모의 불안을 낮추기 위해 휴대폰은 초등 입학생의 필수품이 되어 가고 있죠.


다만 아이에게 단순 전화 용도의 휴대폰을 쥐어줄 것이냐, 그 외 부가적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을 쥐어줄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문제만큼은 단호하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스마트폰을 사주는 시기는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루세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우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혹은 배우자의 모습을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아이 하원 후 아이와 함께 책도 읽고, 보드 게임도 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집에 가면 스마트폰을 들고 끊임없이 온라인 세상을 헤매는 본인을 발견하시지는 않으신지요?


어른인 우리도 스마트폰에 대한 유혹을 물리치기가 이토록 어려운데 갓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의 자극은 얼마나 크게 다가갈지요.


사실 요즘 아이들은 수많은 전자기기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학생들 대부분이 노트북, 태블릿 pc, 스마트폰을 기본으로 소유하고 있어요. 특히나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전국의 학교에 학생용 개인 태블릿 pc를 보급하기도 했죠. 제가 근무하는 학교도 아이들에게 개별 크롬북을 지급했습니다. 저희 학교는 등교 후 아이들의 휴대폰을 수거하지만 아이들은 개인 태블릿 pc와 학교의 개인 크롬북을 일과 중에 자유롭게 사용합니다.


크롬북이 아이들에게 주어진 후 학교 분위기는 참 많이 달라졌어요. 취지에 맞게 크롬북을 활용해 과제를 수행하고, 정보를 검색하고, 발표를 준비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전자기기를 활용해 틈나는 시간 게임, 유튜브 시청, sns와 같은 유흥을 즐깁니다.


태블릿 pc가 없을 땐 틈나는 시간이 생기면 책을 읽는 아이들도 읽고, 영단어를 외우는 아이들도 있고, 수학 문제를 푸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요즘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게임을 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영상을 시청합니다.


전자기기는 같은 방에 있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집중력을 키워야 하는 어린 시절,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어린 시절일수록 전자기기를 멀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의 우리는 이 전자기기를 무조건 전혀 사용하지 않는 아이로 키울 수는 없다는 데 있죠. 교육 전반에, 아이의 사회생활 전반에 전자기기가 필요한 순간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요즘 아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전자기기의 유혹을 뿌리치는 절제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전자기기를 소유하고 있더라도 필요한 상황에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것. 다시 말해 전자기기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전자기기를 지배할 수 있는 아이로 키워야 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권해드리는 방법은 애초부터 아이가 전자기기에 대한 애정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희 집에서 나름대로 실천하고 효과를 본 방법 세 가지를 소개드려 봅니다.



하나. 전자기기를 노출해야 한다면 되도록 모니터의 사이즈가 큰 것을 이용하세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제작할 때 한 손에 들어오는 사이즈를 강조했다고 해요. 화면이 크면 더 좋지 않겠냐는 주변의 제안이 있었지만 스티브 잡스는 그 사이즈를 고수했죠.


화면이 작을수록 아이들은 외부 세계와 차단되며 몰입도가 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꼭 전자기기를 노출해야 한다면 스마트폰보다는 태블릿 pc를, 태블릿 pc보다는 노트북을, 노트북보다는 TV를 이용하시길 권장합니다.



둘. 전자기기보다 강렬한 재미를 경험하게 해주세요.


아이가 전자기기에 빠져드는 것은 전자기기에서 내뿜는 자극이 강렬하기 때문입니다. 그 자극에 아이가 빠지지 않게 하려면 더 강렬한, 더 재밌는 자극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해요.


실제로 학교에서도 전자기기와 거리가 먼 아이들은 전자기기가 아닌 것들에서 재미를 많이 찾는 아이들입니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기 전에 혹은 쥐어주었다 하더라도, 아이가 그것에만 빠져들기 전에 세상에 더 재밌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달리기도 하고, 공놀이도 하고, 도서관도 가고, 박물관도 가고. 전자기기와 멀어져서 할 수 있는 많은 신나는 자극들을 경험하게 해 주세요.



셋. 부모님부터 전자기기를 멀리 하세요.


요즘 온라인에서 핫한 <부의 통찰>이라는 책을 쓰신 작가 부아 c 님은 블로그와 sns로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책도 출간하신 분인데요. 이 분이 자녀교육 중에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가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책을 가까이하라는 겁니다.


온라인으로 유명세를 타고 계시니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 앞에서는 책 속에 스마트폰을 숨겨두고 사용했다고 해요. 온라인으로 성공한 이조차 아이에게는 스마트폰을 멀리하라고 말합니다.


아이는 자기와 놀아주지 않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부모를 보고 있으면 '스마트폰이 엄청 소중하고 재밌는 건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희 부부도 한창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가 있었는데요. 아이가 어느 날은 종이로 스마트폰을 만들어서는 자기도 스마트폰이 있다며 자랑을 하더라고요.


부모님께서 손에 들고 자주 들고 계신 것을 아이도 자주 들고 있을 것이고, 부모님께서 자주 하는 행동을 아이도 자주 하게 될 겁니다.




어제 드디어 취학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이제 정말 초등학교 입학이 실감이 납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는 건 아이가 내 옆에서 쫑알거리는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조금 힘들더라도 아이와 눈 마주치며, 이야기 나누며, 함께 보드게임하며 우리 아이가 전자기기 앞에서 쿨하게 돌아서서 책을 읽고, 꿋꿋하게 자기 할 일 하고, 신나게 축구하러 가자고 친구들을 모으는 아이로 자라도록 함께 노력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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