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아이 4살 때 어린이집에서 학부모 교육이 있었습니다. 유아교육과 교수님이 오셔서 유아기 양육에 대한 강연을 하셨어요. 아주 유쾌하신 교수님이셨는데요. 그때 그 교수님의 첫 질문이 "우리 아이가 행복하게 사는데 제일 중요한 자질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였어요.
모범 답안은 기억나지 않지만 남편과 제가 이구동성으로 외쳤던 대답은 분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사회성이요!"
학교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지 않는 아이는 교우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기에 그 당시 저희 부부는 아이에게 제일 우선적으로 필요한 자질을 사회성으로 꼽았습니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크게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보통의 부모님들이 생각하시는 그저 친구를 잘 사귀는 능력만을 사회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아이들이 겪는학교 생활의 문제들 대부분은 아이의 낮은 사회성에서 비롯되지만 해당 아이들의 학부모님과 상담을 할 때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부모님들께서는 "우리 아이는 친구가 많아요." 하십니다.
사회성
다른 사람들의 기분과 감정 등을 잘 이해하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로 원만한 관계를 맺고 사람과 소통하는 가운데 즐거움을 나누는 능력이다. 사람을 쉽게 잘 사귀는 일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와 함께 자신이 속한 사회적 규범을 따르며 사회적 활동을 즐기는 것을 이른다.
- <2세 아이 잘 키우는 육아의 기본>, 2013. 7. 17., 오정림, 이경선
사회성의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1. 사람을 쉽게 잘 사귀는 능력
2. 타인의 기분과 감정을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며 원만한 관계를 맺는 능력
3. 자신이 속한 사회적 규범을 따르며 사회적 활동을 즐기는 능력
사교성과 사회성은 다릅니다. 친구를 잘 사귀는 능력이 사회성의 기본이기는 하지만 고등학교쯤 되면 친구를 잘 사귀는 것만이 사회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부모님들도 직장 동료들이나 주변 친구들 혹은 아이 친구 엄마들을 떠올려 보세요. 아는 사람이 많다고, 연락하는 사람이 많다고 그 사람의 사회성이 좋다고 평가하시나요?
고등학생이 되면 학급 내의 친구들끼리만 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반 친구들 혹은 다른 학년의 선배, 후배들과도 협업해야 할 상황이 생깁니다. 학교 외부의 활동을 하게 되면 생전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도 소통해야 하는 상황들도 생기죠. 그런 상황에서도 원만한 관계를 맺는 능력을 길러야 사회성이 좋은 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에 가까워질수록 사람을 잘 사귀는 것에서 나아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본인이 속한 사회의 분위기에 맞추며 사회적 활동을 즐기는 능력이 중시됩니다.
이런 점에서 미뤄볼 때 단지 친구가 많은 아이가 사회성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본인이 속한 사회 규범을 이해하고, 그 분위기를 파악하고 자신이 친한 친구든 친하지 않은 친구든 함께 사회적 활동을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진짜 사회성입니다.
올해 가을, 아이들과 다녀온 수학여행에서 저희 반 1명의 아이가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그 아이가 수학여행에 참여하지 못한 이유는 학급에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친구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런 경우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는 누구일까요?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친구일까요, 아니면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친구가 함께 하기 싫다고 했던 아이일까요?
제가 내린 결론은 수학여행에 가지 않은 친구, 그리고 그 친구를 수학여행에 가기 싫게 만든 장본인인 친구 둘 모두 사회성이 부족한 경우로 보입니다.
수학여행에 가지 않은 친구는 학급에 친한 친구가 없습니다. 매사 진지한 이 친구는 장난치기 좋아하는 일반적인 학급 아이들과 자신이 결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어울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반면 그 친구를 수학여행에 가기 싫게 만든 장본인인 친구는 학급에 있는 모든 아이들은 친구라는 관점을 가지고 너무도 편안하게 자기중심적으로 타인을 대합니다. 교사가 지적하는, 타인이 느끼기에는 짓궂은 장난, 불편한 언행도 '친하니까요. 친구니까요.'라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수학여행에 참여하지 않은 친구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분위기를 잘 못 맞추는 경우에, 수학여행에 친구를 참여하지 못하게 만든 장본인인 친구는 타인의 기분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결국 두 아이 모두 사회성이 부족한 것이지요.
우리 아이가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앞서 말씀드린 사회성의 세 가지 포인트를 두루 갖춘 아이로 자라게 하기 위해 제가 제시하는 전략은 세 가지입니다.
하나. 인사 잘하기
인사는 사회성의 기본이라고 하죠. 처음 보는 사람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기를 가르치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인사 잘하기의 목적은 인사 잘하는 예의 바른 아이로 자라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넬 줄 아는 사회성을 기르기 위함입니다.
새 학년 새 학급에 배정받았을 때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요. 처음 만난 사람과 관계 맺기를 가벼운 인사를 통해 시작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 다양한 그룹에 자주 노출 시키기
요즘 학부모님들은 아이의 친구를 만들어 주고자 부모님들이 주도적으로 만남의 장을 주선합니다. 엄마들끼리 먼저 모임을 만들고 그 모임에 아이를 데리고 나간다든지의 방법을 주로 쓰시죠.
하지만 아이의 진짜 사회성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나옵니다. 즉, 부모님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완전히 새로운 친구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아이 스스로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데서 우리 아이의 온전한 사회성이 나타납니다.
요즘 아이들은 단지 학급의 친구들과만 생활하는 세대가 아닙니다. 고교학점제, 교과교실제 등이 확대되면서 학교에서조차 다른 반 아이들, 다른 학년의 아이들과도 어울리는 자리가 많습니다. 모둠학습 같은 형태의 수업이 많다 보니 그런 자리에서 처음 만나도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자리에서 매너를 지키면서도 스스럼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소통하며 관계를 맺고 목적을 달성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아이가 갖춰야 할 진짜 사회성입니다.
이를 위해 과학 교실, 체험 교실 이런 곳에 아는 아이랑 같이 가시지 말고 한 번씩은 혼자 참여하게 해 보세요.친숙한 그룹에서 나아가 다양한 좋은 그룹에 아이를 노출시키며 아이 스스로 관계를 맺어 나가는 방법을 익히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 사람은 서로 다른 존재임을 인지하게 하기
세 번째 전략은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는 세상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맺을 때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입니다. 아이들이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백이면 백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어울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엔 다양한 외모, 다양한 성격,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 속에서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존중하지 못하면 트러블이 생깁니다. 우리 아이가 트러블을 주도하거나 피해를 입거나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죠.
특히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다양한 인종, 다양한 문화, 다양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직간접적 경험을 제공함으로써넓은 시각으로 타인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어야 우리 아이가 원만하게 학교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 거예요.
글을 읽으면서 아이 초등학교 보내는데 사회성까지 신경써야 하나 싶은 버거운 기분이 드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3년간 학교에 있으면서 아이가 학교라는 공간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아이의 사회 생활이 시작됨을 몸소 느꼈습니다.
요즘 어른들 중 많은 분들이 퇴사를 꿈꿉니다.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본질은 사람이 힘들고 관계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꿈을 좇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좇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아이의 기본적인 사회성을 기르는 일에 대해서도 꼭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