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린더 좀 확인해볼게요.”
“캘린더 좀 확인해볼게요.”
이 말은 스타트업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된다.
미팅을 잡을 때, 데드라인을 정할 때, 혹은 갑작스럽게 생긴 일정에 한숨을 쉴 때.
우리의 하루는 구글 캘린더 안에서 움직인다.
사람들이 서로의 시간을 예약하고, 알림이 울리면 다음 일을 준비한다.
심지어 일찍돌아가 해야할 집안일 일정조차 캘린더에 적혀 있다.
캘린더는 팀 전체의 뇌 같고, 어쩌면 영혼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일들은 캘린더에 없다.
누군가 조용히 야근하며 만든 밤의 코드,
갑자기 무너진 기획을 새벽에 붙잡은 담당자의 눈꺼풀,
디자인 3안을 다 내고도 아무 말 없이 퇴근한 디자이너의 묵묵함.
이건 어느 회의 안건에도, 어느 일정 항목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가끔은 이런 일도 있다.
9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회의는,
8:59에 발표자가 “죄송해요, 인터넷이 끊겨서…”로 시작한다.
중요한 투자사 미팅 날, 누군가는 셔츠를 입고 있지만 아래는 반바지다.
캘린더엔 ‘IR 자료 점검’이라고 써 있지만, 실제로는 “이거 대표님한테 보여줘도 되나요?”의 연속.
캘린더는 우리의 시간을 정리해주지만,
그 안에 진짜 이야기는 없다.
일정을 다 마친 후, 남은 커피 한 모금으로 버틴 팀원들의 뒷모습.
서로 눈치 보며 내지르기 어려운 “이거 방향 다시 잡아야 하지 않아요?”라는 한마디.
그리고 때때로, 계획을 다 어긴 채 “일단 살아남자”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보낸 하루.
캘린더는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서로를 얼마나 의지했는지,
그리고 그 짧은 30분 회의에,
얼마나 많은 고민이 사전작업으로 쌓여 있었는지를.
그래서 스타트업의 진짜 기록은
캘린더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남는다.
매주 월요일 10시, 팀 전체 회의
그 시간,
누군가는 처음으로 발표를 시도할 것이고
누군가는 몰래 응원의 눈빛을 건넬 것이다.
캘린더엔 ‘회의’라고만 써 있지만,
그 속엔 도전과 용기, 긴장과 연대가 숨겨져 있다.
바로 스타트업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오늘도 살아가는 방식이다.